폴 그레이엄의 글 <Writes and Write-Nots>에 제 생각을 더해봤습니다
1. 기술 발전에 따른 변화에 대해 예측하는 것은 늘 조심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확신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건 바로, ‘수십 년 후에는 글을 쓸 줄 아는 사람이 (지금보다)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2. 이유는 단순합니다. 글을 쓰는 게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글을 잘 쓰려면, 먼저 생각을 명확하게 해야 하는데, 명확하게 생각하는 건 어려운 일이죠. 그래서 대부분 대충 막연하게 생각합니다.
3. 일상 생활에서는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글쓰기는 어떤 커리어를 쌓든 일을 할 때 꼭 필요한 역량이고, 높은 커리어로 갈수록 글쓰기는 더욱더 중요해집니다. 높은 자리로 올라갈수록 명확한 사고가 필요하니까요.
4. 그래서 이 아이러니는 현실에서 엄청난 압력을 만들어냅니다. 높이 올라가고는 싶은데, 글쓰기 실력은 늘지 않으니 얼마나 속이 답답하겠습니까?
5. 그런데 슬프게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습니다. 누군가에 돈을 주고 글을 대신 써달라고 하거나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자기 글처럼 행세해봐야 본인의 글쓰기 실력이나 사고력은 1도 늘지 않기 때문입니다.
6. 훌륭한 작가에게 아무리 많은 돈을 줘서 대신 글을 쓰게 한다고 해도, 본인의 글쓰기 실력은 늘지 않습니다. 따라서 남은 길은 단 한 가지뿐입니다. 힘들고 어렵고 빡세더라도, 직접 글 쓰는 법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것 말이죠.
7. 물론 AI가 글쓰기에서도 새로운 세상을 열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 중에는 AI가 이 글쓰기의 압박으로부터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죠. 그게 학교에서든, 직장에서든 AI가 대신 글을 써줄 것이라고요.
8. 뭐 그럴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면 세상은 2가지로 완전히 나뉘게 될 겁니다. 1) 글을 쓸 수 있는 사람과 2) 아닌 사람으로요.
9.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 둘의 중간 영역은 사라질 것이고, 그로 인해 둘 간의 격차는 더욱더 벌어질 겁니다.
10. 물론 이게 나쁜 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기술 발전으로 인해 쓸모없는 일이 사라지는 건 다반사이니까요. 불필요한 일이 사라지는 건 오히려 좋은 일이죠.
11. 다만, 문제는 글쓰기가 불필요한 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앞서도 말했지만, ‘글을 쓴다’는 건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착각하지만, 글을 써야 명료하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12. 머릿속에서 상상하는 것은 뭐든 다 그럴듯합니다. 근데 그걸 글을 쓰면 그 생각이 얼마나 허접했는지가 드러나죠. 누군가의 말처럼, 누구나 그럴듯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게 글로 써지기 전까지는요.
13. 따라서 ‘글을 쓰는 사람’과 ‘글을 쓰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는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할 겁니다. 불명료한 생각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끔찍합니까?
14. 아니, 불명료한 생각이 당신의 인생을 지배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얼마나 끔찍합니까?
15. 몸이 강해지고 싶어서 운동을 하듯이, 글쓰기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현명하게 생각하고 싶다면, 힘들고 어렵더라도, 글을 써야 하는 거죠.
16. 그리고 냉정하고 잔인한 말이지만,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똑똑한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더 현명하고 명확하게 사고하기 위해 글을 쓰는 선택을 할 겁니다. 남은 건 ‘여러분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겠죠.
썸원의 아무말 글쓰기 클럽 안내 : https://somewon.notion.site/12-3-5-12a46dbced9580ba8f95e0d9559d433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