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온다는 건 한 세상이 온다는 것인지도
1. 얼마 전에 북경 테크 트립을 다녀왔다.
2. 그동안 중국을 한 번도 다녀온 적이 없어서, 올해는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는데, 민지님과 만나통신사에서 재미있는 여행을 준비한다고 해서 바로 신청을 했다.
3. 중국어를 하나도 모르고, 중국이라는 나라도 잘 모르기 때문에, 어떤 편견이나 선입견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을 위주로 이해했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했다.
4. 여행 중에 가장 눈에 들어왔던 것은, 기업들이 소비자를 만족시키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점을 굉장히 잘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5. 흔히 중국은 온오프라인이 잘 결합되어 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해 보였다. 소비자는 온오프라인을 구분하지 않으니까.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중국 서비스는 소비자 입장에서 직관적이었다. QR 찍고 쓱쓱하면 대부분 다 되는.
6. 동시에, 고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친절함'까지 발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편견 때문인지도 모르겠으나, 그리고 중국의 모든 서비스가 그런 건 아니겠지만, 들렸던 몇 군데의 식당이나 카페는 한국보다 더 친절한 느낌이었고, 그 친절한 느낌이 돈이 된다는 인상을 받았다. 하이디라오가 특히 그랬고, 하이디라오를 벤치마킹하는 회사들도 생기고 있었고.
7.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가장 큰 발견은, 중국의 서비스들이 아니라, '함께 간 사람들'이었다. 사실 내향적이어서 사람들에게 먼저 잘 다가가지 못하고, 이번 여행에서도 먼저 말을 잘 걸지는 못 했는데, 각자가 본 북경의 풍경들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면, 혼자 여행한 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것을 배우는 느낌이었다.
8. 그러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 시인이, 사람이 온다는 건 그 사람의 일생이 오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 그의 말처럼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건 마치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일인 것 같다고.
9. 그리고 어쩌면 '세상'보다는 '사람'에게서 더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세상보다는 사람이 더 큰 존재일지도 모른다고.
10. 그래서인지 여행의 말미에 이런 다짐을 했다. '30년 넘게 살아온 성격은 잘 안 바뀌겠지만, 세상만큼이나 사람에게서 더 크고 새로운 것들을 자주 발견하는 사람이고 싶다'고. '변화하는 세상뿐 아니라, 사람에게서도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고
11. 그리고 왠지 이 마음을 잃지 않으면, 어쩌면 하루하루를 여행하는 마음으로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9.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