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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솜그린 Apr 14. 2023

1인 가구 올수리 하는 만화 01

나만의 집을 만들기 위한 여정


2022년 7월 11일. 이사를 결정한 날이다.

정확히는 독립이다. 엄마 집에서 떨어져 나가는 독립.

나이 앞자리가 3이 되도록 엄마 집에 얹혀살았고, 캥거루 생활을 지속하려면 더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독립을 결정했다.

이제 혼자 살 때가 됐다.


독립 준비를 시작하며 동시에 ‘독립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은행 대출, 집 계약, 인테리어 공사, 가전 가구 구매 등 해결해야 할 문제는 산더미 같았고 이것들을 어디다 기록해두지 않으면 내 조그마한 기억 용량에서 탈락해 휘발될 것은 불 보듯 뻔했다.

언젠가 또 이사를 할 수도 있고, 그때 새로운 집을 매매하지 않으리란 법이 없지 않은가.

수십 개의 톱니바퀴가 동시에 또 따로 돌아가는 집 매매-인테리어-이사의 삼박자를 차곡차곡 잘 정리해 두면, 언젠가 나든 다른 누군가든 참고할 정도는 되겠지.


그렇게 독립일기는 혼자 중얼거린 종잇글에서 만화가 되고 또 좋은 기회를 얻어 글뭉치가 되었다.




1인 가구의 독립은 뭐가 다른가?

독립이면 그냥 독립이지, 1인 가구를 굳이 덧붙인 이유는 무엇인가?

이런 의문을 갖는 사람이 있다. 내 주변에도 ‘자취하는 걸 굳이 독립이라 거창하게 말할 필요가 있냐’는 사람이 있다.


자취. 손수 밥을 지어먹으면서 생활함.

독립. 다른 것에 예속하거나 의존하지 아니하는 형태. 또는 개인이 한집안을 이루고 완전히 사권을 행사하는 능력을 가짐.


사전적 의미로는 그다지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자취와 독립의 어감은 많이 다르다.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자취라 하면, 부모 또는 기존의 가족과  떨어져 다른 지역에서 살아가지만 양육자에게서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지원을 받거나 또는 혼자 살아가는 것이 일시적인 상태를 뜻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 자취생활이라는 말은 흔히들 하지만 대학생 독립생활이라는 말을 누가 하는가.


우리 사회는 아직 비혼인에 대한 인식이 썩 곱지 않다. 나의 비혼은 결혼하기 전의 일시적인 상태가 아니다. 그럼에도 종종 ‘남자에게 선택받지 못해 결혼할 능력이 되지 않는 미혼인 주제에 고고한 척 비혼이라 우기는’ 것으로 비웃음 당하곤 한다. 2023년에도 여전히, 결혼을 하지 않은 사람은 어엿한 어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반려를 고르지 않고 홀로 살아가는 것은 미숙한 결정으로 취급받는다. 결혼하지 않은 사람의 생활은 결혼 후의 생활을 위한 일시적이고 임시적인 상태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자취가 아닌 독립이라 말한다.

나는 단순히 알아서 밥을 지어먹는 사람이 아니라, 이 집에 대해서는 오롯하게 내가 모든 권한을 가진 1인 가구임을 말한다.

미래에 반려와 함께 사용하기 위한 집이 아니라 나만의 집, 나 홀로 1인 가구로서 살아가기 위한 나만을 위한 공간.

그래서 이 만화는 비혼이자 1인 가구의 집을 만들기 위한 과정을 담은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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