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세와 탐폰

이참에 수영 _ 수린이 일기 #5

by 송글송글



쫄지마, 기세



오늘 자.수에서 새로운 수영복을 입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입어봐야 느낌도 알고 익숙해지겠다 싶어 '아몰랑' 가방에 챙겨 넣었다.


수영복이 바뀌니 입는 시간도 길어진다. 끈이 더 복잡하고(그래봤자 라인수는 똑같은데 교차 모양이라), 두 겹 수영복에 스판끼가 너무 짱짱해서 입을 때 여름에 레깅스 입는 것처럼 낑낑댄다. 그래도 두 번째라 어제보다 시간 단축! 어디 하나 끈이 안 꼬여야 제대로 입은 것 같다. 어제는 할머니들이 뚫어지게 아래위로 훑더니 오늘은 어린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본다. '쫄지마, 아무도 너 신경 안 써, 기분 탓이야, 생각보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한테 관심 없어, 수영복은 기세야!'라고 마인드컨트롤 하는 것과 다르게 자꾸만 손은 힙라인과 다리라인을 끌어내렸다. 수영복이 신경 쓰여서 평소와 달리 오늘은 일부러 늦게 들어가 뒷줄에서 준비운동, 자꾸만 마음이 쪼그라드네. 수영복이 불편하면 수영에 집중하기도 어렵겠구나아아아-


수영복을 구매할 때는 '디자인이 예쁜가 안 예쁜가'가 중요했는데, 실제 강습에서는 '얼마나 편한가 안 편한가'와 '얼마나 튀는가 안 튀는가'가 중요하다. -_-;;;





한참 연습하는데, 같은 반에서 강습을 듣고 있는 아주머니가 뒤늦게 들어오셨다.

"안녕하세요, 자유수영에서 뵈니 더 반갑네요."

"응, 한 번 와 봤어요. 근데 잘하네. 난 언제 그렇게 해~~~"

"아니에요~ 근데, 표 끊고 들어오신 건 아니죠? 강습받으면 월수금 자유수영 무료예요."

"어? 정말? 표 끊고 들어왔는데! 어머나, 그건 어디서 신청을 해요?"

"신청 안 해도 되고, 수업 올 때 바코드 찍잖아요, 자.수 오실 때도 똑같이 그렇게 찍고 들어오시면 돼요."

"다음엔 그렇게 해야겠네, 고마워요!"





오지랖 노노



아침 8시 자.수엔 할머니들이 많다. 대부분 수영보다는 물속에서 걷기를 하신다. 특징은, 뚫어지게 사람을 쳐다보거나 무언가 자꾸 말을 건네실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계시다는 것. 애초부터 눈을 안 마주치려고 애를 쓰고 있는데, 레인 끝에서 어떤 할머니가 굳은 표정에 딱딱한 말투로,

"물속에서 호흡을 해야지! 왜 호흡을 안 해?! 숨을 참으면 안 된다고!"

어쩐지... 아까부터 빤히 쳐다보시더라.

"(내가 숨을 참았나? 아닌 거 같은데) 네? 네...(할많하않)"

"그렇게 숨을 참으면 안 돼!"

"네... 고맙습니다..."

숨을 참은 게 아니고, 발차기하면서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 얼마나 오래 숨을 참을 수 있는지 연습한 건데. 근데 이 할머니 아까 물속에서 가라앉으신 채로 열심히 발 차시고, 개구리헤엄 같은 걸 치시던 그 할머니 아니신가? 오지라퍼 할머니는 이 할머니 한 분이길 바라면서 재빨리 턴~!






나중에 안 사실인데, 수영장에서는 할머니 파워가 가장 세다. 특히나 무.리.지어 걷.는. 할머니들;;;.





요즘은 요가복 대신 수영복만 보고, 유튜브도 아사나 대신 '수영 기초' 콘텐츠를 챙겨 본다. 왜 운동하는 사람들이 운동을 하나만 하지 않고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면서 '체육인'으로 거듭나는지 알 것 같다. '체력'도 필요하고, '근력'도 필요하고, '지구력'도 필요하고, '유연성'도 필요하고, 필요하고, 필요하고, 필요하다...





킥판 잡고 발차기



강습 난이도가 훅- 올라갔다. 물속에서 숨 쉬다가 잠깐 머리 들고 들이마신 뒤에 계속 발차며 가야 해서 긴장 백 배. 앞쪽에 섰다가 그대로 첫 순번이 되었다. 선생님이 쩌 앞에서 어서 출발하라고 손짓하셨다. '하던 대로 하자, 괜찮다, 긴장하지 말자.' 쉬지 않고 가는 거 처음이라 두려웠는데, 한 번 해보겠다 마음먹으니 호흡을 두 번에서 네 번쯤 이어갈 정도는 할 수 있었다. 선생님이

"회원님, 오늘도(!) 많이 늘었네요. 좋아요, 계속해 봐요. 두 발 사이가 너무 넓으니 그것만 좁혀 봐요."

"앗, 네! 고맙습니다!!!"

어머낫, 이런 날도 오는구나! 칭찬이라니~~! '오늘도'라니~~~~~! 어제까지 무릎 접지 말라고 지적받았는데 말이야.






연습할수록 연습하는 날들이 쌓일수록 체력이 달린다고 생각하던 차에, 어떤 유튜브 영상에서 '체력이 달리는 게 아니라 호흡을 잘못하고 있는 거'라고 해서 귀가 번쩍!, '코에 물이 요만큼이라도 들어간다면 호흡을 잘못하고 있는 거'라는 말에는 순간 뜨끔! '호흡'이 관건이구나-







탐폰, 신세계



하루도 안 빠지고 수영하고 싶은 마음에 미리 탐폰을 장만해 두었다. 한 번도 써 본 적이 없어서 안절부절못하다가 수영 첫날처럼 ‘걱정만 하지 말고 한 번 해 보자.’ 싶어 호기롭게 시도를 해봤다. 첫 시도는 실패하고, 두 번째에 성공. 내일 자.수는 탐폰 믿고(?) 수영장으로. 미리 예약했던 토요일 자.수는 취소했다. 생리도 생리지만, 하루도 안 쉬고 아침엔 수영, 저녁엔 요가 갔더니 몸이 후달린다. 50분 수업에서 체력 안배가 중요하듯 가늘고 길게 수린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무리하지 말고 체력을 안배하자고 다짐을(=핑계를;;;)...






생리 2일 차, 탐폰 2회 차, 수영 9일 차. 처음 써 보는 탐폰, 낯설어서 그렇지 써 보니 생리대에 견줘 훨씬 간편하고 깔끔했다. 사용법과 착용감에 조금 더 익숙해지면 운동할 때 여러모로 야무지게 쓸 수 있을 것 같다. 탐폰 하고 물에 들어가는 건 오늘이 처음이라 두근두근 호기심 만발. 샤워할 때 '실'이 보일까 봐 신경 쓰고, 혹시나 샐까 봐 걱정했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 일부러 의식하지만 않는다면 이물감도 크게 없고, 이렇게나 간편하고 쾌적해서 놀라울 뿐! 생리 중에도 물에서 놀 수 있다니 신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