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마 Sep 15. 2023

편지는 마음을 다해 쓰는 매개체라고 생각해요.

편지를 소중히 여기는 예린에게, 기억에 남는 편지는 어떤 것일까.

당신에게 '편지'란 어떤 것인가. 일상 가까이에 있는 것인가 아니면 저 멀리 외딴곳에 있는 것인가.

내게 편지는 정말 가까이 있는, 내 마음을 보다 쉽게 전할 수 있는 매개체이다. 감정이나 생각을 나서서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내게 말을 활자로 대체한 편지는 소중하다. 















나는 부치지 못하는 편지 몇 장을 자꾸 만지작거리곤 한다. 그 편지가 언제는 그에게 닿을 수 있기를 바라며.

































예린은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에게 꼭 편지를 선물한다고 한다. 


그런 예린에게 편지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또 기억에 남는 편지는 어떤 것이 있는지. 

예린의 이야기를 함께 들어보자.




















'편지'를 주제로 고르신 분은 처음인 것 같은데. 왜 이번 포터뷰 주제로 '편지'를 고르셨는지 궁금해요. 

제가 첫 타자가 되었다는 게 기쁘네요. 제가 사실 편지를 가져오려고 했어요. 편지를 가져오려고 했어요. 편지를 빼곡하게 넣어둔 큰 박스가 집에 있거든요. 그런데 그걸 가져오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가져오지 않았는데, 키워드에 마침 '편지'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골랐어요. 

예린 씨는 편지 쓰는 걸 좋아하나요?네.

그럼 주변인에게도 편지를 자주 써주는 편인가요? 그런데 제 생각에 편지는, 정말 마음을 다해 쓰는 매개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특별한 날, 특별한 사람에게 꼭 편지를 써서 선물해요. 

저도 편지를 모아 두는 큰 보관함이 있거든요. 그래서 처음 예린 씨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반가웠어요. 누군가 나에게 시간과 정성,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들여 쓴 것인 편지를 차마 버릴 수가 없더라고요. 맞아요. 어렸을 때에는 선물을 줄 때, 사실 현물을 주는 게 더 어려웠어요. 왜냐하면 가지고 있는 돈이 지금보다 훨씬 한정되어 있으니까요. 좋은 걸 주고 싶은데 내가 가지고 있는 돈은 얼마 없으니까. 그래서 마음을 다해 편지를 쓰는 게 훨씬 쉬웠단 말이죠. 그런데 이제는 편지가 더 어려워요. 그래서 정말 특별한 나의 마음과 진심을 전할 때 편지를 쓰게 되는 것 같아요. 그 편지가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아니까, 받으면 더 고마워하게 되고요. 

맞아요. 학생 때처럼 무언가 사고 싶은데 돈이 부족해서 사지 못하는 상황이 조금 지나고 나서인 지금이 되니, 편지가 더 소중해지더라고요. 점점 시간이 갈수록 편지는 아마 더 소중해질 것 같아요. (잠시) 그럼 예린 씨에게 기억에 남는 편지가 있어요? 너무 많죠. 일단 시간 순으로 이야기를 해보자면, 고등학교 때에는 포스트잇을 여러 개 붙힌 편지를 제게 준 친구가 있었어요. 그런데 내용이 되게 특별했던 게, 너를 시기하고 질투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까 내가 너를 좋아했던 것 같다, 라는 되게 솔직한 마음을 담은 내용이었어요. 사실은 그런 감정을 가지고 있던 것이 미안해질 정도로 내가 그냥 너를 좋아한 거더라, 라고 말을 해준 게 너무 소중한 거예요. 돌이켜보면 솔직하고, 그 나이 때 할 수 있는 생각들이잖아요. 그런 감정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준 그 친구가 너무 고맙고, 그 편지가 정말 기억에 남아요.

정말 굉장히 용기 있는 표현이 담긴 편지네요. 질투와 같은 감정들은 정말 써내려가기 쉽지가 않잖아요. 그리고 저는 이 생각을 정말 많이 해요. '질투'라는 감정이 입 밖으로 나오거나 표현이 되면 정말 사랑스러운 감정 같다는 생각이요. 그리고 성인이 되어서 기억에 남는 편지는 제가 친구에게 쓴 편지예요. 제가 지금까지도 가장 친한 친구라고 자부할 수 있는 친구 중 한 명에게 쓴 편지인데요. 어쩌다가 이 친구와 딱 한 번, 정말 크게 싸우고 일 년 가량 말을 안 했거든요. 생각보다 긴 시간 동안 연락도 소통도 안 한 채로 지냈는데, 어쨌든 저의 잘못으로 인한 거였어요. 그래서 사이가 많이 틀어졌었는데 그 친구 생일이 된 거예요. 선물로 줄 친구 취향의 책을 한 권 사고, 편지를 용기를 담아 세 장 가량을 적었어요. 그렇게 택배로 보냈는데, 그 뒤로 장문의 연락을 받고 화해를 했어요. 제가 이 친구와 사이가 틀어지고 정말 연인과 이별한 기분으로 그 친구를 그리워했거든요. 그런데 그 편지를 쓰는 순간, 제 책을 내는 듯한 그런 노력과 정성으로 쓴 편지라 잊어지지 않아요. 그래서 제게 그 편지가 정말 특별해요. 

그럼 이건 우리 예린 씨가 용기를 많이 내신 거네요. 맞아요. 그리고 그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들이 참 기억에 많이 남아요.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다가도 당연하지 않은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너무 많이 주고받았어서요. (웃음)

저 최근에는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한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데 그 친구가 여행을 다녀오며 소중한 사람들, 그러니까 부모님, 애인, 그리고 몇몇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서 선물했대요. 그런데 그 편지를 쓸 때 자신의 문체나 어투 같은 것이 꼭 받는 이를 따라가는 것 같다는 말을 해줬거든요. 이건 어때요? 예린 씨도 그런 것 같아요? 네, 그런 것 같아요. 

왜일까요? 소통의 방향 아닐까요? 그 사람의 화법에 맞춰가는 것 자체가 배려이기에, 진심을 더 잘 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의사소통을 할 때에는 나만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닌 상대방도 배려해야 하는 게 당연하니까요. 그렇다 보니까 자연스레 문체가 닮아가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로 기억에 남는 편지가 있는데요, 전에 일했던 샐러드 가게 매니저님께서 그만두시며 제게 남겨주신 편지였어요. 그런데 그 편지 자체도 감명 깊었지만, 그분께서 편지에 대해 생각하기는 바가 정말 인상 깊었던 것 같아요. 그 매니저님은 자기가 편지를 쓰고 보내기 전에 사진을 찍는대요. 너무 소중해서요. 그 사람에게도 소중하지만 그 글은 자신에게도 소중한 거라서요. 그래서 나중에 읽어보며 내가 그 사람을 이런 식으로 생각했구나, 내가 이런 식으로 진심을 담는구나, 하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그게 너무 신기했어요. 받은 편지만이 아니라 쓴 편지도 계속해서 본다는 것이요.

제가 예전에 그랬어요. 그런데 요즘은 조금 생각이 바뀌어서 찍어놓지 않아요. 그 시점의 제가 생각하고 쓰는 것으로 남겨두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해서요. 신기하네요. 










-

editor SOMMAR CHO

photographer SOMMAR CHO


instagram @sommarfilm 




이전 08화 그래서 저는 새벽을 '상상'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