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 대신 혼자만의 시간을 음미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서하의 이야기
나에게 새벽은 썩 마음에 드는 시간대가 아니다. '새벽'이라는 단어를 듣고 있자면, 벌써부터 끈적한 우울과 불면이 나를 괴롭히는 것만 같았기에. 그래서 궁금했다. 서하의 새벽은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새벽이라는 시간대가 외롭지는 않으세요?'라는 나의 질문에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 서하.
혼자만의 시간을 외로움 대신 온기로 채울 줄 아는 서하가 멋있어 보였다.
왜 이번 포터뷰 주제로 '새벽'을 고르셨는지 궁금해요.
제가 원래 새벽을 좋아해서요.
새벽을 좋아하시나요? 특별한 이유가 있어요?
제가 남동생과 함께 침대 위에서 늦게까지 게임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게 새벽이고 또 여름, 여름 방학이었어요. 그러다가 시계를 딱 봤는데, 새벽 5시인 거에요. (웃음) '망했다'하며 혼나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런데 그 때 하고 있던 게임이 '스카이'였는데 그 게임이 그래픽과 노래가 너무 좋거든요. 마침 5시고 새벽이고, 떠오르는 태양과 그 게임의 배경음악... 그런 것들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리고 또 생각해보면 그 때 누릴 수 있는 시간이 그때뿐으로 한정되어 있잖아요. 지금은 직장인이기도 하고, 그럴 시간이 없으니까. 그래서 그 때를 생각하면 좀 아련해지는 것 같아요.
새벽에 대한 상상치도 못한 답변이 돌아왔네요. 요즘은 새벽에 많이 깨어 계시나요?
요즘은 잘 안 깨어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엔 새벽 5시에 자고 오후 2시에 일어나고... 그랬는데 말이예요. (웃음) 지금은 못 하죠.
하긴 직장 다니시며 바쁘게 살고 계신다면 새벽을 만끽하기란 참 어려운 일일 것 같네요.
그래서 새벽을 (잠시) 상상하죠.
어떤 새벽을 상상해요?
'새벽에 회사를 가 보면 어떨까?' 이런 상상을 해요.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새벽에 회사를 간다는 건 어쨌든 저 혼자라는 것이잖아요. 아무도 없는 곳에, 새벽에. 게다가 저희 회사가 언덕에 위치해서 아마 일출도 더 빠를 거란 말이에요. 그리고 새벽에 차가 없는 차도를 걸어가보는 상상. 그런 것들을 상상해요.
저는 사실 새벽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새벽이 되면 항상 우울했어요. 그래서 제게 새벽은 그렇게 아름답게 기억되지 않았거든요. '새벽'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우울함이 가장 먼저 떠오르게 된 것 같아요.
제가 엠비티아이가 I잖아요. I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긴다고들 하잖아요. 그것도 있는 것 같아요. 이곳에 나 혼자만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있을까, 생각하면서요.
그럼 외롭지는 않아요?
네, 전 오히려 외로움을 즐기는 것 같아요.
오히려 좋네요. 외로움을 즐길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거죠. 또 어떤 새벽을 상상하시나요?
핀터레스트 같은 곳을 보면, '새벽 감성'이라고 일컫는 감성적인 사진들이 많잖아요. 친구와 손을 잡고 아무도 없는 거리를 거니는, 그런 풍경을 상상해요. 같이 편의점 갔다가 앉아서 술도 마시고. 저희 집 분위기가 엄격한 편이라 새벽에 잘 나가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상상으로 대신하곤 했던 것 같아요.
새벽만이 가진 분위기가 있잖아요. 새벽에는 시시콜콜한 대화만 해도 시간이 금방 가고.
맞아요. 심각한 이야기여도, 그 때만 할 수 있는 그런 대화들이 재미있기도 하고. 뭔가 잔잔하게 틀어져있는 라디오같이 느껴지기도 하고요.
그 시간만이 가지는 감성과 분위기가 있죠. 그래서 다들 새벽, 새벽 하나 봐요. 그럼 서하 씨의 새벽은 상상 속에만 있는 걸까요?
그렇죠. 학생 때까지는 현실이었지만. 학생 때도 저는 새벽만을 바라보며 살아왔던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렸던 새벽까지 게임하던 순간들을 바라보면서요. (웃음)
-
editor SOMMAR CHO
photographer SOMMAR CHO
instagram @sommarfil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