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의 두려움이 없는 사람
아는 동생을 만났다.
청첩장을 받기 위해 만난 자리. 은은한 조명 아래 각자의 음료를 마시며 사는 얘기를 주고받다
그런 소리를 들었다.
"언니가 인스타나 브런치를 하는 게 대단하다 생각했어. 나는 그렇게 공개된 곳에 나의 생각이나 느낌을 남기지는 못할 것 같거든"
그런가
그러게 이렇게나 공개적인 곳에 나의 생각과 일상을 기꺼이 쓰다니 색다른 시각이었다.
나는 두려움이 없는 사람인가.
나서는 성격은 아니다. 모두가 초면인 다수의 자리에서 눈치를 보며 나서는 사람이 없으면 리더 역할을 자처하는 사람. 스몰톡을 거는 게 어렵지 않은 사람. 타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이야기에 밀도를 끌어내어 대화를 이어가는 게 어렵지 않은 사람. 모두에게 친절한 사람. 초면인데도 불구하고 뛰어난 인싸력(?)으로 '진짜 I 맞으세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 사람.
동시에
이 분위기에 취해 오늘 하루 재밌고 내일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을 알기에 인스타를 알려달라 그러면 절대 본 계정은 알려주지 않는 사람. 모두에게 친절하지만 다정하지는 않은 사람. '음 친하지 그렇다고 친구는 아냐'라는 문장이 어떤 느낌인지 완전히 아는 사람. 리더 역할을 자처해 모임을 휘어잡고 돌아가는 버스에서 너덜너덜해져 이어폰조차 끼고 있지 않는 사람. 공개된 곳과 비공개의 글의 농도가 다른 사람.
타인의 단면성을 바탕으로 감정의 혼란을 겪을 때마다 인간의 복합성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
멀리 볼 것도 없지 당장 나만 하더라도 이렇게 복잡스러운데 말이야.
사실 공개된 장소에 뭔가를 한다는 것 자체가 요즘세상엔 꽤 용기 있는 일이다.
아무리 내가 삭제한다고 하더라도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고 언제나 흔적을 남기니까.
그러다 보니 때때로 스스로를 검열하기도 한다. 뭐 검열할 만큼의 글을 쓰지도 않긴 하지만.
의외의 생각이었다. 그게 용기 있고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할 줄은.
주변인들 모두가 내가 읽고 쓰는 일을 좋아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단하다는 칭찬은 여러 번 들었다.
어떻게 그렇게 읽고 쓰냐는 질문도 여러 번 들었고.
그런데 이게 누군가에겐 용기 있는 일로 비칠 수 있구나. 두려움이 없어 뵐 수도 있구나.
요즘 나의 새로운 관심사는 타인의 눈, 입을 통해 보는 '나'이다.
"언니가 인스타나 브런치를 하는 게 대단하다 생각했어. 나는 그렇게 공개된 곳에 나의 생각이나 느낌을 남기지는 못할 것 같거든"
"언니는 아닌 건 또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니까"
"몰랐어? 너 은근 필요한 말은 다해"
"진짜 갓생이잖아. 회사 다니면서 운동하고 글 쓰고 책 읽고 그러는 거"
"혼자 여행 진짜 잘 다닌다 멋있어."
"걔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애는 아냐"
"너 진짜 로맨틱하다"
듣고서 오히려 '엥? 내가?' 싶었던 이야기가 많았다.
대체 그대들이 보는 나는 어떤 사람인 걸까
그들이 보는 나를 이렇게 저렇게 조합해 보면 꽤나 멋지고 당당하고 용기 있는 대범한 사람이다.
은근 필요한 할 말은 다 하고 살고, 때론 거절도 칼같이 잘하며, 호락호락하지 않고, 독립적이고, 갓생을 이어가는 사람.
그 모습은 내가 만들어낸 나일까 나의 다면일까.
내가 만들어내고 연출한 나를 보여주는 걸까, 이렇게 보이고 싶은 나인 걸까.
아니면 사실 나는 내 생각보다 강하고 대담한 사람인데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걸까.
이 간극의 거리는 어느 정도 일까.
나의 이야기는 내 문장들만 쓰이는 줄 알았다. 내가 쓴 나의 문장들.
그러나 종종 타인이 쓴 나의 문장을 나를 요모조모 조합하면 꽤나 괜찮은 문장이 나옴을 알았다.
덕분에 한 번도 그러리라 생각지 못한 나의 지점을 발견하고 정말 내가 그런 사람인가? 생각한다.
다만 그 말들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분명 그들이 그렇게 느끼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을 테니
그래서 오늘도 다짐한다.
착하게 살아야지. 바르게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