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F day5 S.Gimignano-Colle di Val d’Elsa
17 aprile 2025 Day5
San Gimignano - Colle di Val d’Elsa 15km
Ostello Cartiera La Buca €21
*only microwave
오늘은 시작부터 발걸음이 가볍다. 12-13km 밖에 안 걸을 것이기 때문. 물론 그 다음날 시에나까지 가려면 30km 정도를 걸어야 하지만 젖은 양말과 신발로 오래 걷기가 너무 싫었다. 두세 시간만 걸어도 발이 쭈글쭈글해진다. 필립과 니나는 Monteriggioni까지 갈 것이기 때문에 나보다 이르게 나갔다. 나는 숙소 체크아웃 시간 전까지 여유를 부리다가 슬슬 나가본다. 3-4시간만 걸어도 되니 너무 좋지 뭐야.
혼자 걷기 시작한 지 한 한 시간쯤 되었을까? 캘리포니아 출신 마이크 할아버지를 만난다. 마이크 할아버지는 순례자는 아니시다. 그냥 아내와 함께 토스카니로 휴가를 오셨고 잠깐 하이킹을 하는 것이었다. 아내분은 비 오는 날 하이킹을 하고 싶지 않아 해서 혼자 걷고 있는 중이라고 하셨다. 우리는 그렇게 목적지인 colle di val d’elsa까지 쭉 같이 걷는다.
뭐 다른 날과 다르지 않게 중간중간 진흙투성이도 많았고 오늘 구간은 그 유명한(?) 종아리까지 오는 개울을 건너야 한다. 다들 이곳을 건너오는데 신발을 벗고 바지를 걷어올리고 걸어왔다고 한다. 우리는 어떻게 머리를 써서 가장 위로 올라와있는 돌들을 밟으며 많이 젖지 않게끔 잘 지나왔다. ‘뭐 좀 젖으면 어때 이미 다 젖어있는데 ‘라는 마음이긴 했다.
내가 묵었던 pilgrim hostel cartiera la buca. 마을의 완전 끝에 위치해 있고 마이크 할아버지의 호텔은 마을의 초입에 있었다. 길이는 짧았지만 꽤나 업 앤 다운이 있었고 진흙길도 많아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미국인들과 내가 잘 안 맞는 건지 마이크 할아버지와 대화가 막 잘 통하거나 그러진 않았지만 함께해서 외롭지 않게 잘 왔다.
마을 들어가는 입구와 마이크 할아버지와 찍은 셀피. 추억으로 남기고 싶은지 내 사진을 찍어도 되겠냐고 하셔서 셀피도 같이 찍자고 했다. 순례자가 아니시기에 쭉 가시는 게 아니라 오늘만 만난 인연이지만 추억하고 싶으셨나 보다.
아니 이런? 내 숙소까지는 또 엄청 내려가야 하잖아? colle di val d’Elsa는 생각보다 크고 유니크한 도시였다. 내려가기 전 뷰를 감상하고 있는데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그렇게 차가워 보였던 니나는 이제 나를 보면 이렇게 웃어준다. 셀피도 니나가 먼저 같이 찍자고 제안해서 사실 속으로 살짝 놀랐다. 어쩌면 이게 우리가 마지막으로 보는 게 될 수도 있다. 나는 시에나에서 이틀 쉴 예정이고 니나는 시에나에서 하루만 쉬고 넘어가기에. 뭐 근데 아무도 모른다 또 만나게 될 수도!
니나와 마지막 셀피를 찍고 호스텔 쪽으로 내려가다가 마주한 광경. 골목도 예쁜데 아이와 고양이가 놀고 있는 모습이 참 엽서에 나올만한 광경 같았다. 아이는 여기 사는 친구일까 아니면 가족들이랑 휴가로 놀러 온 걸까? 나는 이 모습을 오래도록 기억할 것 같은데 이 친구는 이 순간을 기억하려나?
숙소에 도착했다. 조금밖에 안 걸었기에 꽤나 이르게 도착해 아무도 없었다. 창문에 전화번호가 쓰여있길래 전화를 해 비밀번호를 받아 숙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탈리이어를 한다는 게 이럴 때에 참 유용하다. 식은땀 흘리지 않고도 수월하게 무언가를 해결할 수 있다.
방문에 숫자가 로마숫자로 쓰여있었다. 이걸 알폰소 아저씨한테 배웠었는데 지친 상태에서 머리가 안 돌아가니 다른 방을 잘못 열었다. (사실 로마숫자에 익숙하지 않아서 헷갈렸다.) 아무도 없는 줄 알았던 숙소에는 이틀 전에 만났던 니콜라스가 있었다! 실수로 연 방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 일단 샤워를 하고 조금 쉬다가 저녁을 같이 먹던지 하자고 했다.
나만 도착한 방에서 먼저 샤워를 하고 가지는 쉬는 시간. 천국이다. 잘랑 말랑하고 있었는데 가브리엘레와 소피아가 들어온다. 또 보네! 반갑다.
오늘의 저녁은 마트에서 장을 봐서 간단히 먹었다. 전자레인지만 있어서 요리는 할 수 없지만 토스카나 수프라는 게 있길래 궁금해서 사 와서 먹어본다. 며칠째 비 오고 쌀쌀한 날씨라 따뜻한 것이 당겼는데 딱이었다. 니콜라스, 가브리엘레, 소피아, 그리고 처음 만난 이름 모를 영국출신 자전거를 타고 바리까지 갈 거라는 청년. 다섯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저녁을 같이했다.
가브리엘레와 소피아같이 오래 사귄 커플을 보면 둘 사이의 안정감과 믿음이 참 예쁘고 부러워 보인다. 내 시칠리아 친구들 중에서 연애기간 10년이 넘은 친구, 10년이 다 되어가는 친구들이 많다. 참 부럽고 신기하기도 하고 나에게도 덩달아 안정감을 줘서 좋다. 아, 빨리 다 걷고 친구들 보러 가고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