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선물

VF day6 Colle di Val d’Elsa - Siena

by Soyeon

18 aprile 2025 Day6

Colle di Val d’Elsa - Siena 31km

Accoglienza Santa Luisa (D)

*breakfast

*only microwave



시에나에 도착하는 날이다. 어제 적게 걸었기에 오늘은 30km 이상을 걸어야 한다. 그래서 조금 일찍 출발해 볼까 했는데 느릿느릿 또 9시가 다 되어서야 출발한다.





다행히 비는 오지 않았다. 그리고 어제 묵었던 숙소에 히터가 작동이 되어서 히터 덕분에 따뜻하게 잘 잤고 며칠간 젖어있었던 옷을 말릴 수 있었다. 특히 며칠 만에 처음 신는 마른 양말이었다. 마른 양말을 신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솟았다.





작은 마을을 지나갔다. 저게 광장이던데 열 집도 채 안될 것 같은 마을이었는데 저렇게 예쁜 광장이 있다. 마치 꾸며놓은 테마파크 같달까.





어제도 본 독일분들. 꽤나 자주 마주쳤는데 영어를 못하시는 건지 다른 사람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으시고 본인들끼리 얘기하신다. 뭐 행복하시니 된 거다. 꽤나 먼 거리를 이분들 뒤에서 따라 걸었다. 내적으로 나 혼자 의지했다.





유럽에 있다는 순례길 지도. 엄청나다. 종교가 뭐길래. 도대체 이 종교가 뭐길래. 로마까지 300km가 남았단다. 산티아고 프랑스길이었으면 반이 넘은 시점이라 훅훅 주는 느낌이었을 텐데. 루카부터 로마가 420km이니 아직도 갈길이 멀었다. 앞으로 한 2주가 더 남아있다.


시에나를 가기 전 Monteriggioni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구글맵에서 보기에도 정말 작아서 이 마을 뭐 볼 거 있나? 생각했는데 코앞에 가보니 경사가 엄청 높은 곳에 있는 마을이었다. 고민을 많이 했다. 올라갔다 갈까 아니면 그냥 스킵할까. 옆으로 빠르게 평지로 스킵하는 길이 있어 참 고민을 했다. ‘아니야, 여기까지 왔는데 언제 또 와보겠어 아마 여기 다시는 안 올 확률이 더 클 텐데. 가보자.’ 하고 올라갔더니 그 작은 마을에 관광객들이 득실댔다. 마을은 작지만 참 예뻤다. 올라갔으니 관광안내소에서 도장이라도 받았다.



순례자를 위한 간식



비아 프란치제냐에서 처음 만나는 기부제 간식. 알아서 먹고 알아서 내고 가면 된다. 마침 출출했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한국에도 본인 집 앞에 택배기사님들을 위한 간식함을 설치해 놓는 집이 있다는 것이 생각났다. 뭐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지만 나도 나중에 소소한 이런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까미노 데 산티아고에 비해 동물을 접할 기회가 적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가끔가다 만나는 동물들이 참 반갑다.



5성급 호텔같던 시에나 순례자 숙소



시에나 시내로 들어왔다. 확실히 큰 도시라서 시에나 입성부터 숙소까지 거의 한 시간 반이 걸렸다. 중간중간 수많은 관광객 인파를 지나 숙소가 위치힌 곳은 한적한 곳이었다. 다행이다. 이 숙소는 숙소이름으로 검색하면 구글맵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길이름을 보고 찾았다. 수녀님들이 운영하는 숙소인데 도착하니 수녀님이 보이는 게 잘 찾아왔구나 했다. 전화로 예약을 할 당시부터 친절하셨던 수녀님들이 너무 궁금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이미지로 차분하시고 그러나 따뜻하셨다. 연세들이 생각보다 더 많으셔서 조금 놀랐다.


니콜라스도 오늘 시에나에 오는데 아직 숙소를 못 구했다 해서 수녀님께 물었더니 다행히 오늘은 남는 방이 있다고 했다. 운이 좋았다.


내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이탈리아어로 하니 이탈리아에 오래 있었냐고 물어보신다. “아니요, 저 한 일주일 전에 도착했어요. 그런데 옛날에 시칠리아에 1년 살았었어요.” “아, 그래서 그렇군요, 아니면 그 짧은 시간에 언어를 이렇게 빠르게 하기는 어렵죠”


수녀님께서 방으로 안내해 주신다. 2박을 예약했다고 하니 내일은 숙소가 꽉 차니 그럼 편히 쉬고 가라고 일인실을 주셨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보통 기부제로 운영하는 곳들은 상태가 좋지는 않기에 기대는 없다. 하지만 순례자가 뭐 시설을 따지나? 몸 뉘일 곳과 따뜻한 물이 나오는 샤워면 그 하루는 행복하게 잘 마무리하는 하루인데. 일인실? 게다가 화장실이 딸려있어? 보고도 안 믿겨서 수녀님께 “È solo per me? Davvero?” (이거 저만을 위한 건가요? 정말요?)라고 놀라 하니 수녀님께서 웃으시며 맞다며 cinque stelle hotel (5성급 호텔)이라며 농담을 하신다.



와 시에나까지 잘 왔다고 나에게 선물을 주시는구나. 진짜 잘 쉬고 충전하고 가야겠다.





숙소 빨래 너는 데에서 보는 뷰. 비가 안 온다니. 하늘이 푸르다니. 이틀 있는 동안 빨래를 마음껏 할 수 있겠구나. 너무 신이 난다.





니콜라스가 도착하고 니콜라스도 시에나가 마지막이기에 마지막으로 같이 시에나 산책을 한다. 대성당을 가려했는데 너무 오르막길이라 그럼 나는 내일 가련다 하는데 니콜라스는 내일 떠나야 해서 지금 보러 가고 싶단다. 그래 그럼 가보자.


내가 알기론 원래 대성당에 돈 내고 들어가야 하는데 문이 열려있었고 사람들이 자유롭게 출입하고 있었다. 뭐지? 하고 들어가 보니 뭔 행사가 있다가 끝나는 모양이었다. 시간표를 보니 오늘 밤 9시에 한번 더 있다. 9시에 다시 와야겠다 하며 저녁을 가볍게 때우고 다시 돌아온다.





이게 그 유명한 시에나 대성당 바닥이란 말이지? 여기에 앉아있는 것 자체도 신기했다.





밤의 시에나 두오모. 낮에 보는 것과는 또 다르다. 카르스마가 있고 장엄하다.





내가 본 행사는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참회 행렬인 듯하다. 가톨릭교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저렇게 촛불을 들고 성당에서 나와 마을을 한 바퀴 돈다. 어느 정도 보다가 숙소로 돌아왔다. 시에나의 밤은 아주 깜깜했다.





시에나에 도착한 나를 위하여. 맥주를 한잔 하며 밀린 글들을 써본다. 글이 밀려 어떻게 해야 하나.. 이대로 포기해야 하나 했는데 시에나가 선물을 주는 바람에 힘을 내 밀린 글을 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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