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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d Influence Nov 29. 2019

“사람이 사람에게 기적이 될 수 있을까?”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마지막 대사

* 일러두기 : 이번 글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대사를 중간중간 활용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인생을 사는 방식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어떤 것도 기적이 아닌 것처럼
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이다.”
- 알버트 아인슈타인 -


“아빠, 나 사람 하나 살렸어, 어때 멋지지?”


큰 아이를 학원에 데려다주는 길에 옆 자리에 앉은 아이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사연을 들어봤다.


초등학교 5학년 때 같은 반 친구가 있었는데 그때부터 그 친구는 다른 아이에게 ‘왕따’를 당했다고 한다. 아마도 그 친구의 과한 머리 염색과 약간은 특이하고 거침없는 행동 때문일 것이다. 친구도 없고 다른 아이들의 조롱과 괴롭힘을 받다 보니 그 친구의 카톡 프로필에는 종종 “괴롭다”, “죽고 싶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중학생이 되어 다시 만난 그 친구는 그때까지도 ‘왕따’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대부분의 아이들이 같은 중학교를 배정받는 지역의 관행 때문에 아이들은 그 아이를 여전히 특이하고 이상한 아이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보다 못한 큰 아이가 한동안 그 친구와 등하교를 함께 해주고 쉬는 시간에 얘기도 같이 하고 점심도 같이 먹었다.


“친구 해요.
친구 하면 나 동백 씨랑 필구편 대놓고 들어도 되죠?”


그렇지. 친구 하면 그 친구의 편을 대놓고 들어도 되는 것이다. 우리는 세상에서 너무 힘들 때 편들어줄 딱 한 명의 사람이 필요하다.


큰 아이는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닌데 못 해줄 이유가 없었다고 한다. 오히려 자신은 그렇게 하고 싶어도 못하는데 과감하게 하고 다니는 그 아이가 부러워서 친구의 염색한 머리, 화장 등을 멋있다고 하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줬다고 한다. 딱 한 달을 그렇게 했더니 그 친구는 얼굴에 웃음이 돌아오고 학교 생활도 한층 밝게 하기 시작했다.


“자꾸 신경 쓰이게 하고, 같이 아파해주고,
대신 분노해주고, 진짜 좋아해 주니까
사랑받던 때가 생각나잖아”


그 친구도 사랑받던 때가 있고, 사랑해주던 사람이 있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다. 자존감이 낮아진 그 친구에게 말해주고 싶다. 모든 사람이 널 미워하지는 않는다고… 넌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반면, 다른 친구들은 큰 아이에게 “왜 걔랑 같이 다니냐?”, “걔랑 같이 다니면 너도 ‘왕따’ 된다.”, “걔랑 같이 다니면 우린 이제 너랑 안 놀 거다”라고 하면서 불만을 말했다. 큰 아이 자기가 ‘인싸(insider)’라고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다른 친한 친구들에게 “걔~ 생각보다 괜찮은 애야”라고 하면서 그 친구에게 나쁘게 말하고 괴롭혔던 것에 대해 사과하고 같이 놀자고 제안까지 했다고 한다.


처음에는 거부하고 큰 아이와 놀아주지 않던 친구들이 며칠이 지나자 다시 큰 아이에게 돌아왔다. 그리고 그 친구에게 멋쩍은 사과도 하고 같이 놀기도 했다. 마음을 연 한 아이로 인해 2~3명, 5~6명, 7~8명이 되었다. 물론 아직도 그 친구와 성향이 맞지 않는다고 놀지 않고 큰 아이하고만 노는 친구들도 많다고 한다. 그래도 그 친구는 지금이 천국 같다고 말한다. 사람은 사람에게 지옥을 선사할 수도 있고, 천국을 선사할 수도 있다.


“지옥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미워하면 된다.
천국을 만드는 방법도 간단하다.
가까이 있는 사람을 사랑하면 된다.
모든 것은 다 가까이에서 시작된다.”
–백범 김구 -


큰 아이는 “난 특별히 좋아하는 친구도, 싫어하는 친구도 없어. 그냥 다 좋아. 그게 친구지”라고 말한다. 자신을 플레인 요거트에 비유하며 딸기 같은 친구가 오면 자신은 딸기 요거트가 되고 키위 같은 친구가 오면 키위 요거트가 되면 된다고 한다. 필요한 자와 필요로 하는 자의 네트워크가 대부분인 어른들의 관계 맺기와는 많이 다르다.


죽음을 희망으로 바꾸는 기적은 바로 사람에게 있다. ‘동백꽃 필 무렵’의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큰 아이에게서 찾아본다.

캘리그래피 : 임상문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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