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20년이 시작되고 1월의 절반이 지났네요. ‘시간이 너무 빠르다’라는 말은 식상하지만 달리 더 표현할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해마다 그래왔듯이, 올해도 어김없이 연초에 계획을 세웠습니다. 15년을 넘게 해온 일이라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물론, 업무에 대한 계획은 여기서 다루지 않고 개인적인 목표만 세웁니다. 보통 신앙생활, 건강관리, 전문성 향상, 외국어, 글쓰기, 생활습관 바꾸기에 대해 큰 계획을 세우고 그 하위에 세부적으로 2~3개씩 작은 계획을 세우는 식입니다. 앞에 다섯 가지는 To do list에 적고, 뒤에 생활습관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위주로 Not to do list에 적습니다. 올해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해로 주로 ‘쓰는 일’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15년 넘게 계획을 세우며 살고 있지만 솔직히 말하면 계획한 목표를 모두 달성해 본 적이 없습니다. 민망하게도 항상 반타작을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면밀히 살펴보면서 달성한 것들, 일부만 했던 일들, 아예 손도 못 댄 일들을 좀 깐깐하게 짚고 넘어가는 편입니다. 혹자는 계획이 너무 많은 것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 또한 그런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직장에서 MBO 정하듯 달성할 수 있는 것들로만 채우기엔 뭔가 마뜩잖습니다. 이게 다 성격이죠. 어쩔 수 없습니다. 강박증이 있는 것 같지만 뭔가 만족스럽지 않으니 계획 때부터 오기를 부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탓에 성적이 매년 저 모양입니다.
매년 반 정도 밖에 달성하지 못하지만 나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반쪽이라도 있었기에 지금의 제 모습이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즉, 그 절반의 달성 때문에 매년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예는 비단 저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많은 개인들로 구성된 기업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지인으로부터 받은 국내 대기업의 ‘비전 2020’ 평가에 대한 자료를 보았습니다. 10여 년 전인 2009년, 2010년에 기업들이 2020년의 매출 목표를 수립한 것에 대해 성과를 전망한 자료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거의 대부분의 기업이 그때 숫자로 제시했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2009년 400조 매출을 목표로 세웠지만, 2019년 전망치는 280조로 70% 수준입니다. SK의 경우는 2015년 지주사 기준 200조 목표를 세웠지만 2019년 전망치는 101조를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보면, 한화는 140조 목표에 75조 전망, CJ는 100조 목표에 44조, 현대백화점은 20조 목표에 10조를 달성할 전망입니다. 대부분 달성은 50% 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애초에 너무 허황된 목표를 세운 것일까요? 달성하지도 못할 목표로 직원들만 잡은 것일까요?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것은 그들이 그 목표를 세웠을 10년 전과 지금의 성장에 주목해야 합니다. 한화는 2010년 30조 규모에서 72조로 2배 이상 성장했고, CJ도 11조에서 44조로 4배를 성장했습니다. 현대백화점도 3배 이상 성장했습니다. 큰 목표를 수립하고 각고의 노력을 한 결과 그렇지 않은 기업들은 이루지 못할 큰 성장을 이루게 된 것입니다.
계획을 100% 달성하지 못했다고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계획을 달성하려고 도전하는 과정 속에 성장이 있습니다. 성장하겠다는 열정과 희망 없이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 또한, 계획을 세우고 평가하는 과정 속에서 좀 더 집중해야 할 부분이 보이고, 더 큰 성장을 만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됩니다. 우리가 생각하기에 “어떤 성장과정을 거쳤길래, 저렇게 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게 하는 위대한 인물이나 기업도 자신의 목표를 세우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더 높이 더 멀리 도약할 기반을 마련합니다.
물론 저도 아직 원하는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계획하고, 도전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이 삶의 과정을 즐기며 앞으로 이루어질 꿈을 열망합니다. 힘들기도 하지만 거기엔 기대와 설렘이 있습니다. 이런 일상은 꿈을 향해 계획을 세우고 조금씩이라도 실천해 가는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입니다. 한 번의 인생을 사는 데 있어 하루하루 연명해 가는 것과 꿈이 있는 자신의 삶에서 오롯이 주인 됨을 느끼며 살아가는 것은 그 순도가 달라도 너무 다릅니다.
꿈을 향해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계획을 100% 실천했는지, 50% 실천했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10% 실천한 것도 한 것이고, 50% 실천한 것도 한 것입니다. 실천하지 못한 나머지는 목표와 우선순위를 조정해서 다시 실천하면 됩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정말 아무것도 아닙니다. 이츠키 히로유키는『타력』이라는 책에서 ‘바람이 불어왔을 때 나룻배의 돛을 내리고 앉아서 졸고 있다면 달릴 기회조차도 놓치게 된다’라고 말합니다. 전 중앙일보 노재현 논설위원의 말을 빌리면 부정 속에서도 긍정을, 체념 속에서도 의지가 필요한 때입니다.
2020년을 맞이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구정 설도 아직 시간이 있습니다. 아직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안 되든 되든 계획을 세우며 살아보기를 권합니다. 안 되는 듯하면서도 되고 있는 것이 인생입니다. 우리는 Bad에서 Good으로 가기 위해 발버둥 치는 단계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Good이라는 길 위에 서있습니다. 이제는 Great을 향해 발길을 옮길 때입니다. 올 한 해도 행복하세요. “Good to Great~”
<참고문헌>
더밸류즈정진호가치관경영연구소 블로그. 비전 2020을 평가하고 비전 2025을 만들자: 국내 기업 매출 목표 어느 정도 달성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