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새까만 오른발 Jan 24. 2022

무산소 무게를 유산소 심박수로

나만의 운동 루틴


  지금 내 몸 상태는 서른을 넘어가면서 점차 회복 시간이 길어짐을 느낀다. 운동을 다치지 않고 길게 즐기고자 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운동 효율을 높이기 위해 휴식을 중요시한다. 그래서 업무 후 퇴근 시간에 운동 외에는 별다른 걸 하지 않는다. 객관적인 지표에서 내 운동 수준은 아주 낮다. 그저 일반인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 단 한 번도 엘리트 수준의 운동을 해 본 적이 없다. 어떤 운동이든 엘리트 수준의 운동 강도를 경험하고 체득한 사람의 운동 능력은 일반인의 범주를 벗어난 수준으로 평생을 살아가는 것 같다. 나보다 나이가 많고 배도 엄청 나온 아저씨가 막상 공을 잡고 휘리릭하면서 치고 나가면 나는 그 아저씨를 쫓아가지도 못한다. 극한을 경험하지 못한 나의 운동 수준은 수박의 겉만 닳도록 핥아본 소위 방구석 전문가 정도다. 그래서 엘리트 운동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막연한 존경심이 든다. 프로선수로서 성공의 유무에 상관없이 그 경험을 몸으로 받아냈다는 정신력 자체를 동경한다. 그에 반해 나는 말과 지식과 코스프레 짓에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가 하는 자문을 한다. 그렇게 되지도 않는 지식과 운동 방법으로 약 9년간 헬스를 해왔다.      



  그리고 약 6개월 전부터 함께 운동을 하는 형을 만났다. 나보다 9살이 많은 이 형과는 3년 동안 풋살 동호회 활동을 함께 하면서 가벼운 인사 외에는 별다른 대화를 한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저녁을 같이 먹을 수 있는 시간을 가졌는데 본인도 평소에 헬스와 축구를 병행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와 비슷한 생활 습관을 나보다 곱절은 더 오래 유지하며 즐겨온 형은 나에게 함께 운동하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그래서 새로 만난 친구가 다니는 헬스장에 등록을 하고 함께 운동을 했다. 아무 기대 없이 함께 운동을 시작했다. 체격 조건은 나와 비슷했다. 그러나 나보다 두 배 이상의 중량을 들고 운동시간도 30분은 더 길었다. 나의 운동 강도가 두 배 정도 늘어난 듯했다. 나도 어리 석인 치기가 들어 친구가 운동을 하는 대로 따라 했다. 나보다 훨씬 긴 운동 경력과 의료 쪽 직업을 갖고 있는 형이라서 부상 방지를 1순위로 생각했다. 그리고 다치지 않는 선에서 나에게 항상 최고 강도를 이끌어냈다. 형 본인도 내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가르치면서 긴장을 유지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지만 마치 나의 고통받는 모습을 즐기는 듯했다.      



  월요일에는 가슴 운동을 한다. 헬스를 처음 접한 사람들도 월요일에는 가슴 부위에 자극을 줘야 한다고 할 만큼 정설처럼 여겨진 운동 루틴이다. 가슴을 중심으로 어깨로 뻗어나간 상체 근육이 어깨 너비와 심미적인 관점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그래서 이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아주 과학적이고 심오한 근거로 주말 동안 휴식을 취하며 모아놓은 힘을 가슴과 어깨에 몰아서 집중한다. 이성을 갈구하는 헬스장의 많은 남자들이 월요일에는 가슴을 자극하는 운동기구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눈치싸움을 벌인다. 그 치열한 싸움에서 겨우 쟁취해낸 평평한 벤치에 누워 빈 봉을 잡고 서서히 무게를 늘려가며 프레스 자세를 반복한다. 한 때 ‘3대 500’이라는 산술적인 숫자가 강하고 어리석은 남자의 척도가 된 적이 있다. 여기서 ‘3대’는 벤치프레스, 스쾃, 데드리프트다. 상체, 하체, 전신의 대표적인 중량운동인 위의 각 종목을 최대 힘으로 1개를 들 수 있는 무게의 총합이 500kg을 넘어야 특정 유명 브랜드의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입을 수 있는 농담이 유행이었다. 그러나 헬스장에서 하루의 자존감을 모두 뽐내는 헬스의 진심인 일부 운동인들에게는 진심이었다. 사실 나도 그중 하나였다. 그러나 벤치프레스 100kg를 손에 쥐어보고 나서는 그 꿈은 그저 인터넷의 허울 좋은  농담으로 여기고 한동안 벤치프레스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첫날부터 함께 운동을 하는 동료가 생기고 나서는 나의 자세를 봐주고 내 가슴과 팔에 힘이 빠지면 잡아주는 등 서로 도움을 주며 함께 성장했다. 6개월이 지난 현재는 플랫벤치 프레스를 100kg에서 3개 정도 혼자 들 수 있다. 이후에는 인클라인 바벨 벤치프레스를 스미스 머신에서 한다. 5개 정도 들 수 있는 무게까지 쥐어짜 낸 후 조금씩 무게를 낮추며 1개 종목당 총 10세트 정도를 한다. 이후 덤벨로 같은 종목을 수행하고 마무리로 케이블을 이용하여 가슴 부위를 쥐어짠다. 가슴을 중심으로 상체 운동을 하는데 다리에 힘이 빠질 정도로 모든 힘을 다해 운동을 하고 귀가한다. 그렇게 월요병을 이겨낸다.     



  화요일에는 하체운동을 한다. 처음 하체 운동을 혼자 하는 나를 본 형은 나에게 그렇게 다리를 크게 벌리고 고중량 운동을 하다가는 갈비뼈와 고관절이 다칠 거라 경고하며 앞으로 본인 루틴대로 운동할 것을 강력하게 권고했다. 이미 한 배를 탄 몸이니 나는 그대로 따라 할 수밖에 없었다. 누워서 다리를 이용해 무게를 드는 ‘레그 프레스’라는 종목을 300kg까지 올리며 밀어대는 그 형의 구력에 감히 반발할 수 없었다. 나는 타들어가는 허벅지를 붙잡으며 얼굴에 핏대를 세우고 죽어라 쫓아갔다. 레그 프레스-레그 익스텐션-레그 컬 – 스미스 머신 런지 – 스미스 머신 스쾃 순으로 허벅지 근육을 중심으로 자극을 주는 운동 순서로 1시간 30분 동안 각 종목당 10세트씩 휴식시간 따로 없이 진행했다. 무산소 운동을 고강도 유무 산소로 진행하니 운동이 끝나고 나면 하체를 이용해서 집까지 걸어올 수 없었다. 상체를 이용해서 양팔을 좌우로 흔들며 그 반동으로 다리가 한 발자국씩 앞으로 미는 자세로 기어가다시피 집에 간다. 한파가 몰아치는 겨울에 집에 돌아갈 때도 바지를 갈아입기 위해 다리를 들어 올릴 힘이 없어서 반바지를 입은 채 걸어올 수밖에 없었다. 엉덩이부터 종아리까지 타들어가는 느낌으로 수요일을 기다린다.     



  수요일에는 등 운동을 한다. 이 형과 함께 운동을 하면서 내가 가장 성장했음을 느끼는 부분이다. 등의 움직임을 봐주면서 자극을 어떻게 줘야 하는지 나에게 잘 알려줬다. 혼자 운동을 시작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등에 힘을 주는 느낌을 그간 잘 몰랐었는데 이 부분에 대해 잘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월요일에 했던 가슴 운동에 의한 근육통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시점이기 때문에 다시 상체 운동을 할 수 있는 힘을 주기 쉬운 때다. 운동 종목으로는 데드리프트 – 랫 풀다운 – 원암 덤벨 로우 – 티바 로우 – 케이블 로우다. 주로 당기는 힘을 쓰는 운동이다. 등 근육이 넓어지고 두꺼워지면서 기존에 입던 셔츠가 맞지 않아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체중은 그대로인데 몸이 커지는 걸 짧은 시간 내에 빠르게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등 인걸 처음 알았다. 지난날 운동을 처음 했을 때는 이성에게 몸이 좋아 보인다는 말을 전혀 듣지 못했다. 심지어 ‘운동은 하냐?’는 질문을 역으로 받을 정도로 운동한 티가 잘 나지 않는 몸이었다. 그런데 지난날의 내가 헛되이 보낸 시간을 이 형은 수개월 만에 뜻밖의 칭찬을 받을 수 있는 몸으로 만들어줬다. 물론 결국 얼굴이 답이긴 하지만. 나는 운동을 내 몸과 건강을 위해서 하는 거지 결코 이성에게 잘 보이려 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마음속에 눈물을 삼켜본다. 

작가의 이전글 종양, 연골, 십자인대 그리고 재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