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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까만 오른발 Jul 31. 2022

[축구] '앞센타'를 아십니까?

생활 축구에만 존재하는 전설의 포지션

  오랜만에 11:11 정식 축구 경기를 했다.


  운동 전 날 밤에 영화를 보면서 버드와이저 700ml 5개를 마시고 잠들었다. 그리고 아침 8시에 일어나서 부랴부랴 준비를 한 후 운동장에 8시 30분에 갔다. 아직 눈이 뜨여지지 않았다. 머리와 몸을 동시에 풀어야해서 서둘러 준비를 했다. 가랑비가 오는 젖은 운동장은 이미 생활 축구인들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처음 얼굴을 본 타 팀 선수들과 경기가 잡히면 아무리 친선경기라도 긴장을 한다. 나이가 어린 편이라서 선발로는 들어간다. 그렇지만 어떤 포지션에 서게 될까. 나는 주로 수비쪽에서 뛰는 걸 선호한다. 공격을 할 축구지능이 부족하다. 차라리 선수나 공을 따라다니는 수비쪽 포지션에 서는게 마음이 편하다.


  나는 축구를 영리하게 하지 못한다. 많이 뛰고 더 빨리 뛰고 나보다 빠른 선수는 먼저 부딪히고 어깨 싸움을 하면서 속도 내는 것을 방해한다. 그리고 후방에서 공을 잡고 시야를 확보한 후 중장거리 패스하는 것을 좋아한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하체 근력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다보니 하체 힘이 꽤 늘었다. 디딤발로 버티는 힘도 좋아졌고 킥을 하는 발목이 공에 밀리지 않는다.


  그리고 풋살 동호회에서 선수 출신 동료들이 꾸준히 나에게 과외를 해준 덕분에 공을 잡기 전부터 고개를 양쪽으로 휙휙 돌리면서 상황을 인식하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축구를 한 지 십수년이 지났는데 이제야 유소년들이 배우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역시 돈을 주고 배워야한다 싶었다.


  고개를 쉬지 않고 돌리면서 상황을 미리 인식하니 공을 잡고 좌우로 전환을 하는 패스의 성공률이 꽤 좋아졌다. 마치 FC서울의 기성용이 된 것 같다. 보통 발이 빠른 선수들이 좌우 윙에 포진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수비보다는 자기가 공을 잡기 위해 자리를 잘 잡는다. 그래서 공과는 멀리 떨어져서 자기에게 공이 오기를 두 팔벌려 기다린다. 그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길게 롱패스를 해서 상대 수비의 머리를 넘어 우리 윙어에게 공을 날려준다. 그 패스가 성공할 때의 쾌감이 좋다. 그래서 일부러 더 반대쪽 비어있는 곳을 먼저 파악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부분의 포지션이 있다. 생활 축구에서만 볼 수 있는 '앞센터'라는 포지션이다. 일반 축구에서는 듣도보도 못한 포지션일 것이다. 아마 조기축구 경력이 꽤 되신 분들이 이 '앞센터;라는 포지션을 인지할 것이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세 명의 중앙 수비수 앞에 높은 활동량과 수비력을 바탕으로 다른 포지션까지 커버하는 그야말로 생고생만 하는 포지션이다. 2002년 월드컵 때의 이을용, 유상철 등 터프한 유형의 선수다. 전설적인 해외 선수로는 마케렐레, 비에이라등의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다.


  현대 축구에 이르러서는 4명의 수비수 앞에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면서 수비의 부담을 나누면서 양 측면 수비수가 볼배급을 하면서 측면을 돌파하며 공격하는 전술에 반대되는 전술이다.


  그런데 우리 동네 조기축구를 하는 아저씨들은 온고지신의 정신으로 과거의 수비 전술로 현대의 공격 전개를 하려고 한다. 내가 '앞센터'자리에서 수비를 하려면 중앙센터서클에서부터 수비라인까지 공간을 선점하며 패스길을 미리 차단한다. 그렇게 짧은 패스를 미리 방지하면 상대팀은 롱패스로 양 사이드로 공격을 전개한다. 그러면 우리 수비수 간의 간격은 벌어진다. 보통 조기축구팀에서 운동 경력이 부족한 회원들이 양 사이드백을 서거나 측면 공격수에 세운다. 그렇다보니 공만 보고 먼저 뛰쳐나간 수비수의 뒷공간을 커버하기 위해 중앙수비수자리까지 뛰어 내려온다. 그러면 내가 원래 뛰던 공간이 빈다. 이 자리는 내 위에 있는 미드필더들이 커버를 해줘야 하는데 그것까지 기대하기에는 어렵다. 그렇게 중앙에 공간이 나면 중거리슛 찬스가 나온다. 그 슛이 들어가면 어쩔수 없지만 보통 골대 양옆 위로 뜬다. 그렇게 숨을 한번 고를 타이밍이 온다.


  이 때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살살혀~ 그렇게 뛰면 오래 못뛰어~"


  이렇게 30분씩 3회전 정도 뛰면 약 10~12km를 뛴다. 운동은 정말 잘된다. 급격한 방향전환없이 스프린트를 많이 한다. 대신 거친 경합과 몸싸움으로 타박 정도의 부상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선수의 성향을 봐가면서 달려든다.


사실 이 글은 저번주에 뛰었던 내용으로 썼다. 뒤의 내용은 약 7시간 후에 앞센터 역할을 하고 더 자세한 내용으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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