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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 Nov 06. 2015

캐나다  이민 생활<20>

적응기와 장애물(D)

(사진설명) 캐나다세탁소 내부. 내부는 복잡해 보이지만 서로 안 부딪히고 각자 맡은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은  확보돼 있다. 왼쪽은 드라이 클린 머신. 그 옆으로 각종  작업대와 프레스가 길이로 놓여 있다.


하루는 젊은 필리피노 아줌마가 찾아왔다. 정장 한벌을 다른 색으로 염색을 요구했다. 염색은 고온의 물로 하기 때문에 옷에 대미지가 생길 수 있다고 노티스를 줬다. 그래도 원했다. 염색 기술자인 종업원 베티가 몇 차례 시도를 했다. 옷이 줄어 들었다. 누가 봐도 잘못됐다 할 정도로 눈에 띄게 대미지를 입게 됐다. 비록 노티스는 줬다 하더라도 도의상 염색비는 받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의 남편이라는 사람이 찾으러 왔다. 동네에서 장학사업을 간간이 하는 아는 의사였다. 나이차가 꽤 많이 나는 커플이었던 것이다. 이영감이 얼굴이 벌게 지면서 사정없이 고성을 질렀다. 전후 사정을 말하려는데 이건 듣지 않고 자기  할 말만 했다. 얼마나 성이 났으면 돈을 받지 않겠다는데 굳이 던지다시피 하면서 주고 갔다. 우리도 뒤끝이 깨끗하지 못했다. 그 부인이 오면 돌려 줘야지 하고 있었다.


몇 시간 뒤 그 영감한테서 전화가 왔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고 몇 차례 반복해서 사과를 했다. 자기 와이프한테 자초지종을 들었던 것이다. 하옇튼 돈은 돌려주겠다고 했으나 그들은 괜찮다고 했다. 그 뒤 더 이상 우리 가게에 발길을 하지 않다가 몇년이 흐른뒤 그 영감이 한번 왔었다. 그때 내가 그의 이름을 묻지도 않고 세탁오더지에 적으니 그의 턱수염이 가늘게 떨리는 것 같았다.


희한한 건 앞선 행동을 봐서는 아무리 사정을 알았다 하더라도  사과할 수 없는 정도였 는데 안면 깔고 진심으로 사과하는걸 봐서 좀 나와는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이번에는 젊은 금발의 아가씨와 얽힌 일화다. 결혼 전 백인 아가씨들은 대부분 상당한 미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그들 중 일부는  몇 마디 말을 섞어보면 확 깨는 경우가 있다. 한마디로 싹수 실종된 인간들이다.


자기가 잘 아는 우리 집 단골과 함께 우리 가게에 들렀다. 친구가 추천해줘서 왔다는 말을 덧붙이면서. 여자 흰색 드레스 세탁을 원했다. 한눈에 봐도 새옷이었다. "뭐가  문제냐" "작은 스팟이 있다" 육안으로 볼 수 없어서 돋보기로 가리키는 곳을 쳐다봤다. 있긴 있었다. 그러나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작은 것이었다. 생산과정에 살짝 다른 곳에 부딪히면서 생긴 아주 미세한 것이었다.


 이걸 스팟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옷을 세탁해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새옷인 것 같은데 리펀 해라"고 하자 그녀는 " 이 사이즈는 더 이상 없다. 그래서 세탁해서 입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브랜드를 살짝 봤다. 여성용 중저가 드레스를 주로 취급하는 L 이었다. 세탁소 주인이 가장 무서워하는 제품이었다. 그래서 더 찜찜했다. 간곡한 부탁과 그 옆의 단골 친구의 안면을 봐서 일단 시도해보기로 했다.


그녀가 가르킨곳의 스팟은 금방 사라졌다. 그리고 한눈에 봐도 나무랄데가 없이 깨끗했다. 그녀가 찾으러 왔다.

그곳은 없지만 다른 곳을 지적했다. 희한하게 잘 찾았다. 돋보기를 들이대자 귀신 같은 점이 몇 개 있었다. 그리고 또 스파팅을 했다. 그리고 찾으러 와서 딴 곳을 가리키고... 이런 일련의 과정을 몇 번 하다가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포기 선언을 했다.


 이때 준비해둔 멘트가 좔좔 나왔다. 너희가 핸들링하면서 망쳐놓았으니 물어내라. 말문이 막혀서 할 말을 잃었다. 나도 성이 나서 옷을 못 찾아가게 안으로 걸어버렸다. 그리고 외면해버렸다.  이틀 뒤 친구와 같이 왔다. 우리의 입장만 전달했다. 그리고 며칠 뒤 엄마라는 사람과 같이 왔다.  이야기해봐야 똑같은 말만 반복되고 더 이상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면서 서로 언성이 높아지고...


 이때 외출 중인 와이프한테서 전화가 왔다. 전화기를 켜놓은 상태서 말다툼을 했다. 실시간 중계가 된 셈이었다. 한걸음에 달려왔다. 2대 1에서 2대 2로 균형을 이룬 전투가 된 셈이었다. 전선이 확대되면서 수세에서 기세로 전환됐다. 이틈에 경찰에 전화를 했다.


경찰는 불과 몇 분 만에 왔다. 그리고 우리상가입구를 자기순찰차로 막아버렸다. 우리가게에 와서는 우리와 그녀들을 분리시킨뒤 각각 주장을 들었다. 그리고 문제의 옷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상식이 있는 그 경찰은 그녀들을 돌려 보내면서 상황을 종료시켰다. 돌아서면서 그녀는 무자비하게 눈물을 쏟아냈다. 그눈물의 의미는 해석불가였다. 이게 살면서 가장 황당한 사건 베스트 원이다. 그리고 크고 작은 에피소드는 점방을 열고 있는 동안에 쉼없이 생기고 사라졌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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