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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 Jul 15. 2015

캐나다 이민 <5>

벤쿠버 입성하기

사진 : 미래에 꿈꾸던 새소리가 들리는 집. 세미아무 골프장에 접해있는 주택.


2000년 10월 16일 오클라호마 공항을 출발했다. 미지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새로움에 대한 호기심도 충만한 상태였다. 이젠 돌이킬 수 없다. 어쨌든 부딪히면서 살아나가야 한다.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다. 우리 가족의 힘으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속으로 다짐했다.


 중간 기착지인 미주리 캔자스에서 갈아탔다. 내륙의 큰 강을 끼고 도시가 형성된 탓에 우리와 같은 후끈한 맛이 있었다. 10월 중순임에도 습도가 높은 여름 기온이었다. 한두 시간 뒤 시애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작은 국내선 비행기였다. 100여 명 정도쯤. 주변을 둘러봐도 우리와 피부색이 비슷한 사람은 없었다. 서서히 외국이라는 사실이 몸으로 전해지기 시작했다.


옆자리 백인 남성이 우리 딸 머리 스타일을 칭찬했다. 한참 유행하던 삐삐머리였다. 어린 딸은 곧 울음을 터뜨렸다. 너무 낯선 주변 환경과 눈이 큰 남자의 호의에 제대로 답할 준비가 부족한 탓이었다. 기내에서 창밖을 봤다. 이상한 지형을 많이 스쳐 지나갔다. 물론 마을도 간간이 나왔지만 주로 산과 사막이었다. 참 넓다고 생각했다.


오후쯤 시애틀 공항에 도착했다. 목적지와 가깝고 날씨도 비교적 좋았다. 밖엔 비가 내렸다. 렌터카 매장에 갔다. 중년의 흑인 여성과 젊은 백인 여성이 카운터에 있었다. 내 차례는 백인이었다. 이게 잘못된 선택이었다. 그녀는 신참이었고 매뉴얼대로 일을 진행했다. 보통 5분 안에 모든 게 결정되는데 30분이 지나도 더할게 남았다. 예를 들어 보험 문제만 해도, 여러 종류가 있음을 먼저 읽어주고 하나를 선택하면 또 그에 따른 설명을 덧붙이고 하는 식이었다. 베이직이라고 하면 알아서 처리하면 간단할 문제를 책대로 하니 일이 더딜 수밖에 없었다. 보다 못한 흑인이 마무리를 했다. 문제는 이 이후에 발생했다. 신용카드를 요구했다. 이게 있을 리가 있을까 내 이민가방에... 대안은 없었다. 씨도 먹히지 않았다.


공항 구석에서 혹시 하는 마음으로 이민 가방 4개를 해체했다. 우리도 놀랬다. 어떻게 저런 짐을 쑤셔 넣었을까. 무지하게 많은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2시간쯤 뒤지다 보니 신용카드 한 장이 나왔다. 의도적으로 넣었다기 보다는   서류가방에 딸려온 것 같았다. 일단 결재를 부탁했다. 아직 살아있었다. 휴... 구세주가 따로 없었다. 또 문제에 봉착했다. 차고가 약간 떨어져 있었다. 그곳까지 셔틀버스를 타야 한다나. 사정을 말하자 공항 내 어떤 곳을 가라고 했다. 그러나 그곳을 찾을 수가 없었다.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된 결과였다. 지나가는 교민에게 사정을 말했다. 친절하게 다시 카운터에 가서 정확히 알아본 뒤 우리를 안내해 주었다. 아직도 그 고마움을 생각하며 살고 있다.


렌터카 차고에서 가장 큰 차를 배정받았다. 링컨 타운카. 차종을 몰라서 무조건 예스라고 했으니 좀 비싼걸 추천해 준 결과인 것 같았다. 짐을 싣고 밴쿠버 현지 이주공사 직원에게 전화를 했다.  이젠 어떻게 가느냐... 마침 그곳에 작은 카트에 간단한 스낵을 파는 동양계 할아버지가 계셨다. 컵라면을 사면서 "안녕하세요"라고 했다. 예상대로 그는 한국인이었다. 친절하게 밴쿠버 가는 길을 안내해주었다. 일이 술술 풀리는 게 기분이 좋았다. 컵라면과 바나나로 허기를 달래고 일단 공항을 빠져 나왔다. 할아버지 말대로 나오자 말자 바로 캐나다행 고속도로를 탔다. I5. 이길로 주구장창 가면 밴쿠버다. 이젠 큰 걱정거리가 사라진 셈이다. 침묵모드가 대화 모드로 바퀴면서 차 안은 훈훈해졌다.


차창밖은 가을비가 쉼 없이 내렸다. 한 시간쯤 달렸나. 뭔가 다른 환경인 것 같았다. 도로변 싸인은 무지하게 많은데 모두 영어인데다가 뭘 말하는지 약간 헷갈렸다. 뭘 잘못 든 느낌이 팍 들었다. 차 안의 나침판을 보니 일단 북쪽으로 가고 있긴 했다. 혼자만 알고 계속 달렸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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