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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 Jul 22. 2015

캐나다 이민 <6>

최종 귀착지 벤쿠버 입성하기

<사진설명> 이민 초기 가족들이 즐겨 찾았던 낚싯터.숲과 그늘, 물, 식탁이 완비된 아늑한 곳. 이곳에선 주로 잉어와 송어가 걸린다.사진 가운데 선처럼 보이는게 강물이다.


약간 불안하긴 했지만 어쨌든 차는 북쪽으로 갔다. 길가의 교통 표지판을 뚫어져라 훑었다. 행여 I5란 글이 나올까 싶어서. 그러나 수많은 표지판 중에서 그 글자를 찾지를 못했다. 혹시 놓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해 떨어지기 전에 국경을 넘어야 될 텐데...


정신없이 운전하는 와중에 백미러를 쳐다보니 한참을 재잘대던 딸이 너무 조용했다. 얼굴에 뭔가 불안한 기색이 엿보였다. 나의 잘못을 알아 차렸단 말인가. 나의 눈치를 살피던 딸은 이실직고를 했다. 급하다고 했다. 큰 거? 작은 거? 크면서 못 참을 것 같다고 했다. 긴장의 끈이 풀리면서 정상적인 대사가 진행된 결과 인듯했다. 우선 휴게소를 찾아야 했다. 이걸 영어로 뭐라고 할까. 비슷한 게 보이면 들어가 기로하고 온 식구가 시선을 고정했다. 차창 밖에는 여전히 굵은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이게 시야를 많이 가렸다. 점점 정점으로 치닫는 신음소리가  뒷좌석을 메웠다. 비상수단을 쓸 수밖에 없었다. 오버브리지 아래 길가에 차를 세웠다. 차문을 열어 비바람을 조금이라도 막아줬다.


딸은 순식간에 해치웠다. 이마에 빗방울이 맺히는 것도 모른 채. 현장은 냉기를 삼킨 듯 김이 피어 올랐다. 정확한 할아버지 상투형. 비를 맞고서도 그 형태를 꿋꿋이 유지했다. 저렇게 작은 몸에서 어떻게 저런 사이즈가 나올 수 있을까 하고 한참을 신기한 듯 쳐다 봤다. 그리고 형식에 걸맞게 내용도 튼실했다. 딸은 이내 본성을 회복하고  참새가 되었다.


이제 급한불은 끈 셈이다.  이대로 가느냐 아니면 딴길은 찾아보느냐의 갈림길에 선 것 같았다. 이때 아들 놈이 돈이다라고 외쳤다. 심심하던 차에 차 안 주머니를 뒤지다 발견한 미화 20불짜. 돈과 똥은 상당히 관련이 있다는 옛말이 새삼 떠올랐다.


 이때쯤 길가 싸인이 눈에 들어왔다. '밴쿠버' 오매불망 찾아 헤맸던 그 길. 아무도 모른 채 속앓이를 했었던 그 단어. 자연스럽게 그길에 합류됐다. 훗날 알고 보니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던 그길은 바이패스였다. 교통량을 분산시키기 위해 만든 길이었던 것이다. 이젠 정말 다 온 느낌이 팍 들었다. 


아들 딸은 어느새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졌다. 나름대로 불안하고 힘든 하루였었던 같았다. 옆자리의 아내도 눈을 붙이라고 강요했지만 끝끝내 나의 어스룩함을 실시간 체크했다.


두시간여만에 국경에 도착했다. 국경 개념이 없던 나로서는 상당히 긴장됐다. 이민 사무실에 전가족이 들어갔다. 대기자는 한 명도 없었다. 우선 주 이민 신청자인 나하고 직원하고 몇 가지 확인 절차가 따랐다. 문제는 돈이었다. 얼마나 가져오나. 급하게 잔머리를 돌렸다. 저 사람의 의도가 뭘까. 진짜 확인을 할까. 적게 가져온다면 혹시 거부하지 않을까. 많다면 훗날 세금 내는데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등등. 약간 뻥을 쳐서 실제 금액보다 조금 부풀렸다. 받아 적기만 하고 내용 확인은 생략했다. 얼쭈 다 돼 갈 때쯤 이주공사 직원이 들어왔다. 나머지 일은 경험자인 그 분이 일사천리로 해치웠다. 우선 렌터카를 반납했다. 영문도 모르고 이틀을 빌렸는데 하루 만에 리턴 해버렸다. 약간의 금전적 손실이 따랐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정해진 임시 숙소는 교민의 문간방이었다. 방을 따뜻하게 해놓고 반찬 몇 가지에 저녁을 준비해 두셨다. 이건 옵션에 없는 항목이었다. 너무 감사했다. 요즘도 그 집 옆을 지나면 고개를 숙인다. 첫날밤은 죽은 듯이 보내고 둘째 날부터 바쁘게 설쳤다. 캐나다 시민이 되기 위한 첫발을 가볍게 내 딛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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