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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리비아띠 Dec 19. 2020

뻣뻣해야 시원함도 알지

뻣뻣함이 없으면 시원할 수 없어

보통 유연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나도 그랬고 지금도 유연한 사람들을 보면 부러울 때가 많다. '나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삶에서도 마찬가지다. 융통성 있고 둥글둥글한 게 좋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말도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말이기도 하다. 나보다 더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고 배워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한 달 전쯤, 후굴이 많은 하타 요가 수업을 들었다. 장시간 모니터 앞 근무로 얻은 일자 허리에 근육이 잘 긴장되기 때문에 뒤로 꺾는 동작(아사나)이 많은 하타 요가는 나에게 도전적이다. 그날의 피크 포즈는 오랜만에 '왕비둘기' 자세였다. 왕비둘기 자세는 인터넷이나 SNS에 요가를 검색하면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자세 중 하나다. 하지만 보기와는 달리 어렵다. 왜냐하면 말린 어깨(라운드 숄더)로 인해 닫혀버린 흉추(가슴)를 열어서 호흡해야 하고 허리도 너무 꺾이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킹 피죤 한 번 가볼게요"

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하시면 사실 속마음은 덜컥 겁이 난다. 나는 가슴으로 호흡이 잘 안돼서 후굴을 하면 아직 숨이 턱 막힐 때가 있어서 그렇다. 그날은 선생님이 도와주셔서 손으로 발을 견고하게 잡고 처음으로 내 정수리가 발바닥에 닿았다.


한 손으로 잡고 다섯 호흡도 안됐었는데 안정적으로 처음 성공한 날


수업이 끝나고 선생님께 "선생님, 진짜 허리 쪽 기립근이 너무 시원해요. 이 동작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요. 매일 이렇게 시원할 수 있잖아요!"라고 환한 얼굴로 말씀드렸다. 선생님은 살며시 웃으시면서 "너무 유연한 사람들은 그 시원함을 못 느껴요"라고 딱 한 마디를 하셨다.


그 말을 듣고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유연한 사람들을 보면서 부러워하기만 했지 역으로 내가 가진 뻣뻣함에 대해서 선생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생각해 본 적은 없었으니까. 물론 나처럼 뻣뻣하지만 열심히 수련을 통해서 유연해진 사람들을 간과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내가 가진 뻣뻣함,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노력이 내가 '시원함'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밑거름이라는 게 신기했다.



뻣뻣함 + 포기하지 않는 노력 = 시원함(내가 원하는 결과)



어찌 보면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모습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가끔 처음부터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울 때도 있지만, 사회초년생이 되었든 아니면 어떤 일을 처음 시작하는 단계에 있어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뻣뻣함'이 '포기하지 않는 노력'과 합쳐졌을 때 '깨달음'을 가져오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러니 내가 조금 뻣뻣하다고 해서 기죽을 필요도, 좌절할 필요도, 포기할 필요도 없다.

시작은 뻣뻣할지 몰라도 그 뻣뻣함이 행복을 가져다 줄 거라 믿는다면 뭐든 할 수 있다.

그러니 조금 더 스스로를 응원하자.



#하타요가 #왕비둘기 #에카파다라자카포타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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