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1일 - 채워지지 않아.

by 휴먼

채워지지 않는 기분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한다.


그런 기분이 들면

시간의 우주 속에 덩그러니 내던져져선

잡지도 못하는 걸 계속 잡으려고,

채우지 못하는 걸 계속 채우려고 발버둥 치는 느낌이 든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연휴가 조금 무섭다.

할 것이 없는 연휴,

공허한 연휴만큼 날 두렵게 만드는 것이 없으니까.


한 유튜브 영상을 본 적이 있다.

흰색으로만 가득 찬 방에 사람을 가두게 되면

그 사람은 며칠 만에 정신병자가 되어버린다고.

나는 왜인지 그 기분을 알 것만 같았다.

바깥의 자극에 너무 둔해져서

아무런 자극이 느껴지지 않으면

사람이 얼마나 미치는지 난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도파민 추구형 인간들과 어울려 다녔다.

속으로는 그런 사람들을 은근히 혐오하고 비웃었으면서도

나는 어울리기를 멈출 수가 없었어.

그 사람들은 어딘가 싸하고

어딘가 불안해 보이고

어딘가 절제력이 떨어지고

막말로 망나니 같은 구석이 많은데도

나는 그 망나니 짓에 합류하곤 했다.

망가진 그들 사이에서 함께 망가지는 것이 즐거웠다.

죄책감이든 꺼림칙함이든

순간적인 쾌락이든 그게 뭐든지 간에

나로 하여금 뭔가를 느끼게 해 주었고

난 그게 간절했으니까.


연휴에 뭘 할지 생각하니 너무 막막한 기분이 든다.

아마 나는 무엇을 하든 감흥이 없을 거다.

친구를 만나도, 사랑하는 엄마를 만나도

그림을 그려도, 좋아하는 만화를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겠지.

그럼 나는 또 안절부절못해지겠고.

손을 가만두지 못해서

뭐라도 하려고.

뭐라도 느끼고 싶어서.

뭐라도 좋으니.

일어나 봤다가

잠깐 앉아봤다가

다시 일어났다가

잠깐 걸어봤다가

초조해져 폰을 열어봤다가

다시 급히 화면을 꺼두고는

머리라도 쥐어뜯고 싶은 심경을 어떻게든 억누르려

결국엔 바깥으로 뛰쳐나가고야 말겠지.

나가봤자 다른 건 없을 텐데.

나가봤자 다른 건 없을 텐데.

나가봤자 다른 건 없을 텐데도.

세상은 그저 내가 아는 대로

내가 알 것만 같은 길들이 펼쳐져 있을 텐데도.

나는 왜 뛰쳐나가야만 했는지

왜 뛰쳐나가서도

이렇게 방황하는 마음을 쥐어짜듯 부여잡아야만 했는지.

그렇게 속으로 울부짖고 울부짖은 끝에

힘이 풀리면

그대로 웅크리고 주저앉아버리겠지.

아마 그렇게 되어버리고 말거다.


이런 미칠 것 같은 기분이 참 싫다.

채우고 싶어도 채워지지가 않아.

뛰쳐나가도 채울 수는 없어.

결국엔 내게 주어진 시간을

고문을 견디듯 오롯이 감내해야 한다는 게 너무 뭣 같고 뭣 같다.

흘러가는 시간에 매초마다

몸이 갈리고 갉혀가는 게

괴롭다.

너무도 괴롭다.









이번 연휴는 잘 버틸 수 있으려나.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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