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
세상의 평균 속에 살고 있다.
나를 평균으로 조율하는 연습을 한다.
난 이 연습을 반드시 해야만 했다.
세상의 예외로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험난한 일인지 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뒤에서 네 얘기 많이 나오더라 ”
3명의 가까운 동료들로부터 전해 들었다.
하나는 내가 랩미팅에서 자주 존다고,
다른 하나는 내가 보고를 잘 안 한다고,
또 다른 하나는 사실 나도 모르겠다.
내가 듣기 싫어서 안 듣겠다 했거든.
“왜요? 또 저 혼내려고 뒤에서 벼르고 있대요?”
쓴웃음을 지으면서 동료의 입을 막았던 탓이지.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들었을까.
내 처신이 마음에 안 들었을까.
빨리 퇴근하는 게 마음에 안 들었나.
아니면 그들이 싫어하는 박사님과 친하게 지내는 게 마음에 안 들었나.
자기들한테는 살갑게 대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한테는 살갑게 대해서 그랬을까.
아님 비주류 사람들을 모으는 게 마음에 안 들었던 걸까.
내 원래 성격이었다면 그런 놈들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네가 뭐라고 하든 말든 관심 밖이었겠지.
하지만 여기선 그럴 수 없다.
아직 입학도 안 한 인턴 따위가 삐딱선을 타봤자 도태될 뿐이니까.
그래서 이 악물고 커피를 마셨다.
이 악물고 더 자주 보고 드렸다.
이 악물고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더 던져줬다.
싫은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마음으로.
그랬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이곳의 평균에 가까워지는 삶을 선택하고 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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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요즘엔 그런 생각이 든다.
이곳의 평균이 되어가고 있는 나는
어딘가 이상하다고.
나는 이 집단이 정말 괜찮은 걸까.
12시간씩 일하는 게 평균적이고
목소리 큰 남자들이 정치질을 하고 비주류의 사람들은 그들을 묵인하는 게 평균적이며
양다리든 바람이든 진심 없이 도파민을 채우려 이성을 만나려 하는 나의 무리가 정녕 평균적인 걸까.
계속 목소리를 죽이느라 억눌러 왔던 나의 자아가 몸부림친다.
사실 나는 그렇지 않아.
너희들에게 내쳐지지 않으려고
입술을 깨물어가며 목소리를 죽여왔지만
사실 나는 그렇지 않아.
나는 너희들과는 달라.
나는 너네들이 욕해왔던 사람이야.
나는 쓰레기야.
나는 찐따야.
나는 있잖아.
너네들에게 그런 취급을 받는 게 무서워서 많이 숨겨왔던 겁쟁이일 뿐이라고.
나는 하고 싶을 때 연구를 하고 싶어.
나는 읽고 싶을 때 논문을 읽고 싶어.
때론 이곳을 떠나 혼자 집중하고 싶고,
너네들 정치질에 동조하고 싶지 않아.
사랑에 진심이 아닌 너네들처럼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도 아니야.
나에게는 아직 양심이 있어.
감추며 살아왔지만
불합리한 것들에 목소리를 내는 삶,
나도 그런 삶을 살고 싶었어.
하지만 나는 못했지.
너에게 거슬릴까 봐
제대로 의견을 내지도 못하고
목구멍으로 삼키는 병신으로 살았어.
평균을 살아가려 하면서도
평균을 거부하는.
그런 모순덩어리 바보 천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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