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건 생각보다 굉장히 명료하다.
연구를 해오면서 알게 된 것이 있다.
삶에서 해결책을 세우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단순한 일이라는 것이다.
나는 나노의 세계를 연구한다.
허구한 날 전자현미경으로 대상을 관찰하는 것이 내가 하는 일이다.
똑같은 실험을 똑같이 재연한 것 같아도
내가 아주 사소한 실수라도 하면 나노 세계에서는 대재앙이 일어난다.
이보다 더한 나비효과가 없다.
이런 세상에서는 내가 하는 모든 행동들이 어떤 오류의 원인이 될 수 있기에
과학자들은 머리를 싸매고 원인을 분석하고 모든 변수를 통제하려 든다.
그러니 실험 하나 재연하는데 7개월이 걸렸지.
하지만 현실 세계는 다르다.
현실세계에서 마주하는 갈등들은 보통 눈에 보인다.
하물며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느낄 수 있다.
사람의 표정,
목소리의 높낮이,
비언어적인 제스처,
목소리의 떨림,
갈등상황에서 오가는 말들.
이를 통해 우리는 갈등 상황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얘가 이런 행동을 해서 쟤가 화났구나.”
원인을 알고 나면 해결책을 세우기는 쉽다.
윗 예시만 봐도 그렇다.
얘가 이런 행동을 안 하면 해결되는 일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면 이 얼마나 단순한 세상인가.
조금 멈춰서 깊이 생각해 보면 답은 명료하게 떠오른다.
나의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문제 : 나는 때로 내 소심함 때문에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아 일을 느리게 만드는 문제를 겪는다.
원인: 나의 소심함은 나의 무능한 밑바닥을 남에게 보여주는 것에 대한 두려움에 있다.
해결책: 내 무능함을 지식을 채워 극복하던가, 내 무능함을 인정하는 것.
이 얼마나 간단한가.
나노세계의 일이었다면 원인을 찾는데만 몇 개월이 걸렸을 텐데
관찰대상이 나고 모든 데이터가 나에게 있기에 문제의 원인을 그 누구보다 내가 가장 빠르고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삶에서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아마 그 이유는 감정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문제를 마주칠 때마다 감정은 객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
또는 문제의 해결책을 세우고 이행하지 못한다.
해결책을 실행하려 할 때 무언가 감정적인 장벽이 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이걸 알아야 한다.
우리는 적절한 해결책을 실행했을 때 확실히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존재하고
그 해결책의 부작용은 끽해봤자 단 몇 분 간 불안과 긴장에 떨어야 한다는 것이다.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찰나의 부정적인 감정이 얼마나 사소한가.
아마 그 날밤이면 우리는 낮에 느꼈던 불안감을 기억하지도 못할 거다.
어쩌다 보니 자기 계발서처럼 서술이 됐지만 그냥 말하고 싶었다.
세상은 단순하다고, 그러니까 견디고 나아가라고.
모든 연구는 방향만 맞다면 언젠가 진전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러니까 꾸준히 걸어가며 기억하자.
나는 지금 맞게 나아가고 있는 중이란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