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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7일 - 9개월간의 인턴, 심경 변화

by 휴먼


일이 굉장히 많아졌다.

7개월간 해오던 실험이 성공한 후부터였다.


나는 다음 단계에 해당하는 실험을 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만 맡아서는 안 됐다.

실험에 성공한 이후로 나에게는 아주 많은 주제들이 던져졌고

결국 내가 해야 하는 실험 주제가 4개가 되어버렸다.


하루하루 눈 밑의 다클서클이 내려앉는 게 느껴진다.

불규칙적인 수면 패턴 탓에 밤마다 수없이 가위에 눌려 잠을 설친 탓이다.

밤마다 교수님께서 보내신 메일에 신경이 곤두서고

뇌에는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하다.

연구에 둘러싸인 삶은 나쁘지 않았지만

글쎄다. 사실 이 정도로 둘러싸이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에 이르러서 하나 알게 된 것이 있다.

나는 지금 블랙기업 저리 가라 하는 과로에 시달리고 있지만 서도 마음이 망가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예전보다 훨씬 괜찮아졌다.

아마 자기 효능감 덕분일 것이다.


예전에는 남이 나를 무례하게 대하는 이유를 나에게서 찾았다.

다 내가 잘 못해서, 멍청해서, 하찮아서 그렇게 대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와서 보니 그게 전혀 아니었다.

나를 방치했던 사수는 원래 다른 부사수들마저도 방치하는 사람이었고,

나를 비꼬았던 사수는 원래 다른 사람들을 자주 비꼬는 사람이었으며

나에게 짜증을 많이 냈던 사수는 원래 짜증이 많은 사람이었다.

내가 모자란 인간이라서가 아니라

그들이 원래 불완전한 인간이라서 그런 거였다.

이제야 그게 보이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많이 사라졌다.

내 동기가 묘하게 계속 나를 긁는다 해도 크게 상관이 없다.

그 아이가 원래도 사람들을 긁으며 험담을 즐기는 불완전한 인간임을 아니까.

그냥 측은하게 보면서 제 할 일을 하게 되었다.


이제 다가오는 9월, 난 정식으로 포스텍의 학생이 된다.

마음 고생했던 그간의 인턴생활, 어느새 나는 극복해 독립된 연구자로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앞으로는 일이 많아지겠지만 정말 일만 많아지는 정도일 거다.

그리고 마음이 단단해진 한, 일이 많은 정도는 나를 결코 와해시키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동안의 나에게 고생했다 한 마디를 해주며

고달픈 인턴에서 고달픈 석사로 나아가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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