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오빠, 나 그때 일 있어서 못 만날 것 같아.”
오늘도 나는 이성에게 선을 그었다.
올해만 5~6명째인 것 같다.
그리고 그 모두에게 나는
반사적으로 철벽을 쳤다.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 감정 자체가 무서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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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랑을 무서워한다.
상대방이 나에게 품는 호감이 두렵다.
대체 왜 무슨 연유로
저런 감정을 하필 나에게 품는 건지 이해가 안 된다.
상대가 호감을 보일 때마다 나는 전신의 털이 곤두선다.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상대의 커다란 감정에 압도당하는 기분이 들어 숨이 턱 막힌다.
그럼 나는 생존본능과 비슷한 것에 휘말려 다시 상대에게서 도망치는 것이다.
22살, 청춘의 나이에 나는
사랑을 꿈꾸지 않는다.
나는 혼자서 없는 일도 만들어내서
자기 계발과 업에만 집중한다.
일은 나를 배신할 일이 없다.
일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지도 않는다.
이 세상에 믿을 것은 나 자신과 나의 실력 및 행적밖에 없기에
나는 나를 갈고닦는 것에만 온 심혈을 기울인다.
그 과정에서 공허함과 외로움의 정서가 극에 달하더라도 말이다.
사람에게 버려지고 배신감을 느꼈던 지난 날들,
그 속에서 나는 늘 사랑을 비웃었다.
내게 사랑이라며 들이미는 감정들을 비웃었다.
잠깐이면 지나갈 순간적인 감정에 휘말려
마치 자기 사랑이 영원할 것 마냥 구는 인간들이 웃겼다.
결국엔 지 혼자 불타다가
지 혼자 식고 지 혼자 떠나갈 거면서.
상대의 모든 부분을 다 사랑할 수 있는 것처럼 구는 인간들도 웃겼다.
결국 인간은 본질적으로 이기적이기에
상대의 장점만을 사랑하고 단점에 식는 건 물론이거니와
자신에게 피해가 온다 생각하면 어떻게 관계를 끊을지 고민할 거면서 말이다.
사랑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은 이 정도로 꼬여있다.
그래서 내가 이성을 대하는 태도에는 기본적으로 ‘거부’가 깔려있다.
지난날의 경험들이 현재의 염세적인 시선을 만들었기에,
내 회피형 성향을 고치려면 이제부터라도 인간을 믿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사람을 믿는 시도를 한 번이라도 해봐야 할 텐데 그게 정말 쉽지 않다.
정말 쉽지 않아.
회피형 인간에게 연애는 너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