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나라

어디까지 포함한 우리일까

by 만개


국내 교육 때 받은 세계지도를 고이 간직했다가 에콰도르로 가져왔다. 각 교실에 붙여두었더니 모두가 옹기종기 모여 자신의 나라를 찾는다. 그리곤 나의 나라를 묻는다. 작디작은 대한민국을 대다수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나는 한국에서 왔어.’라고 말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비슷하다.


너도 중국말을 쓰니?
한국은 중국에 속한 도시야?
북한에서 왔어?


물론 중국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내 노트북 자판을 보며 ‘오! 중국어 너무 많아’라고 말한다. 퇴근길에 마주치는 하교 중인 아이들은 사라구로에 사는 유일한 외국인인 내가 신기한지 ‘치니따야! 치니따(중국인)!’라고 속삭이며 힐끗힐끗 쳐다본다. 이는 조금 귀엽지만, 가끔 무례하게 쳐다볼 때까지 ‘치니따!!’를 불러대는 남성들을 보면 돌멩이를 종종 던져주고 싶다.


처음 운전 기사에게 인종차별을 당했던 날, 나는 북한사람이었다. 이들에게 북한은 매우 미친 나라, 나쁜 나라, 전쟁을 일으키는 나라이다. ‘나 북한 사람 아니에요. 남한 사람이에요.’라고 말했더니, ‘그럼 일본사람이야?’라고 물었다. 대화가 전혀 되지 않는 이 사람의 차를 계속 타고 가야 한다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여성, 이방인, 겁쟁이’인 나는 화도 한번 못 내고 입만 삐죽대고 말았다.


이처럼 종종 ‘미친 나라 북한’은 알아도 남한을 아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세계지도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사람들이 ‘그래서 남한이 어디에 있는데?’라고 물었다. 나는 초록색으로 덧칠해진 대한민국을 반으로 뚝 잘라 ‘여기 있잖아!’라고 알려주었다. 남과 북이 나뉘어져 있지 않으니, 헷갈릴 수밖에. ‘왜 똑같은 색깔이야? 너네는 같은 나라야?’라고 묻는 말에 한참을 생각했다.


‘우리는 다른 나라지만, 통일되길 원해. 그래서 같은 색인가 봐.’라고 사실 흐리멍덩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흐리멍덩한 대답 속에 들어있던 ‘우리’라는 말이 온종일 머릿속에 맴돈다. 난, ‘우리’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특히 ‘한민족’이라는 단어는 더더욱 달갑지 않다. 이 단어들은 너무나도 많은 이들을 소외시킨다. 누구까지를 포함한 ‘우리’일까. 외국인, 이주노동자, 다문화가정 등 또한 포함된 단어일까. 이방인을 영원히 이방인으로 남게 만들고, 설 자리를 계속해서 잃어가게 만드는 단어일 것이다.


나는 대한민국을 그릴 때 반 쪼가리 한반도만을 그렸던 적은 고3 한국지리를 배울 때 빼고는 없었던 것 같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그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한 염원일까. 아님 나도 모르게 남을 배제 시키는 무의식일까. 통일에 대한 새로운 언어를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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