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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na Feb 23. 2023

8. 학교 다니는 고양이

입학부터 졸업까지


  나는 2020년에 재입학을 했다. 고등학생 때부터 성인이 된 이후까지 꾸준히 가고 싶었던 대학교였다.

코로나 학번이라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데, 입학부터 졸업까지 꾸준히 수업을 함께 들어준 동기가 한 명 있다. 모두의 예상대로 ‘바니’이다.


  근 3년간 대부분의 수업을 zoom으로 했다. zoom은 프로그램의 한 일종으로, 서로 얼굴을 보면서 소통이 가능하게 해주는 화상채팅 프로그램이다.

난 줌 수업이 싫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곤란했다. 왜냐하면.........


수업을 할 때마다 이랬기 때문이다.


  바니는 나보다 더 우등생이었다. 수업만 시작하면 어떻게 알았는지 노트북 앞으로 후다닥 달려와서 내 앞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바니는 수업을 절대 그냥 듣지 않았고, 꼭 안겨서 들었다. 누가 보면 바니도 학생 중 한 명인 줄 알 정도로 말이다. 수업을 듣다가 ‘바니는 자나?’ 싶어서 보면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었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 시 수업이 재미있나. 재미있으면 나 대신 레포트 써줘. 시험도 쳐주고 출석도 해줘.


  내가 하도 자주 이러고 있어서인지, 나랑 바니를 기억하는 학우 분들이 생겼다. 처음 뵙는 분이었는데 ‘아! 그 고양이 키우시는 분!’ 하고 알아보시더라. 재미있었다. 그리고 약간 민망하기도 했다. 얼마나 바니랑 자주 그러고 있었으면 기억을 하실까 싶어서.


  그렇게 3년을 보내고 나니 졸업이다. 이쯤 되면 바니한테도 ‘명예 대학생’ 훈장을 줘야 하지 않나 싶다. 미니 학사모라도 만들어서 줘야 하나.


(실제로 캡처한 내 줌 수업 화면. 대놓고 안겨있는 바니)


  그동안 같이 수업 듣느라 고생 많았어, 바니야. 덕분에 안 외로웠어. 매 수업 시간마다 따뜻하고 부드러웠어.

  나 네 덕분에 졸업했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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