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력 일기
2년 3개월 만에 재개한 <끌라라의 여행 스페인어> 오프라인 강의. 시기 상조인가 고민했지만 10년이나 이어온 수업을 이대로 역사가 되도록 둘 순 없는 것. 모든 시작에는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하지만 두려움이 모든 것을 압도하고 모집 글을 올리는 순간부터 사람들이 안 오면 어쩌나- 이젠 모두 잊힌 것 아닐까- 하는 답 없는 근심에 시달렸다.
도전은 괴롭고, 실패는 두렵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의 불안은 이 셋 중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다. 대체 어쩌라는 거임?
그렇게 시작한 89기. 홍대에서 강남으로 공간이 바뀌었고, 공간을 채우는 사물들도 바뀌었지만 우리의 시간을 채우던 비가시적 존재들은 그대로다. 긴 여행을 앞둔 사람들의 두려움과 설렘, 지난 여행을 추억하는 사람들의 그리움,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 귀 쫑긋 세운 이들의 긴장감. 나를 괴롭히던 여러 감정들이 넓고 얇게 흐트러져 있다. 나만의 것이 아니다. 그렇게 위로를 받는다. 사랑하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