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쿠카라차스페인어
스페인어를 조금이라도 공부한 사람이라면 상대방을 지칭하는 표현인 Tú [뚜]를 안다. 영어 'you 너, 당신'에 해당하는 표현으로 필수이자 기본 어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Tú의 사용은 가장 표준적인 스페인어로 여겨지지만 사실 라틴아메리카의 여러 국가에서는 이 tú 대신에 'vos [보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것도 꽤 많은 국가들에서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을 'voseo [보쎄오]'라 부른다. 정확하게는 2인칭 단수에 대한 인칭대명사뿐 아니라 동사 변화의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ex) tú puedes - vos podés 이러한 변화성을 모두 통틀어 'voseo'라 한다. 그리고 이에 대비대는 개념으로 'tuteo'가 존재한다. tú를 사용한다는 뜻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스페인에서 vos는 사라진 고어이고 중남미에서는 여전히 사용되고 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검은 글씨는 당시 스페인의 상황, 초록 글씨는 동 시기 라틴아메리카의 상황이다.
14세기 스페인어에는 대담자(상대방)를 칭하는 두 개의 표현이 존재했다. 바로 왕과 귀족을 대할 때 쓰이는 vos와 평민들 사이에 또는 귀족이 평민을 대할 때 쓰이는 tú다. 쉽게 말하면 존대와 하대.
이 시기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유럽의 언어가 그곳에 전해졌다. 모두 알다시피 라틴아메리카에서 스페인어를 쓰기 시작한 것은 스페인 침략에 의해서다. 그러나 토착어를 사용하던 원주민들이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경우란 상급자에 대한 존칭인 vos 를 써야 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에 tú에 비해 vos의 사용 빈도가 훨씬 높았다.
15세기 존경을 표하는 새로운 호칭인 'Vuestra Merced'(현재의 Usted)이 출현했고, 자연스레 vos의 사용은 쇠퇴했다. 그리고 vos가 힘을 잃어가던 자리에 tú가 이전과는 조금 다른 의미로 승격해 자리잡기 시작했다. 하대가 아닌 친밀한 사이에 사용하는 호칭이 된 것이다. 오늘날 tú의 기원이라 할 수 있다.
스페인에서 vos의 사용이 쇠퇴하던 시기 라틴아메리카는 그 영향을 받지 않았다. 여전히 vos는 많이 사용됐다. 이유는 두 가지다.
①땅이 너무 커서이다. 당시 식민지 최고의 통치기구였던 부왕령이 있던 대도시들을 통해 tú가 유입되었다. 그러나 부왕령과 멀면 멀수록 이러한 변화에 노출되거나 순응하는 것은 어려웠기에 오래된 스페인어 사용에 머물렀다.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는 오늘날 vos가 많이 사용되는 지역 분포를 통해서도 증명된다.
②의도적 사용이 있었다. 16세기에 이르자 스페인 본국의 사람들이 대거 라틴아메리카로 이주하였다. 이주민들은 본국에서 자신들의 신분이 귀족이었던 것을 나타내기 위해 vos의 사용을 고집했다.
18세기, 스페인에서 vos는 완전히 사라졌다.
오늘날 라틴아메리카에는 여전히 vos가 존재한다.
아래 지도는 라틴아메리카 내 voseo 사용 분포를 보여준다. 17개국에서 전국적으로 또는, 일부 지역 한정 사용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색이 진한 지역은 계층 무관 사회 전반에서 voseo가 쓰이는 것을 뜻하며, 색이 옅은 지역은 voseo의 사용 유무에 따라 사회적 계층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우루과이의 언어학자 Virgina Bertolotti에 따르면 이 사회적 계층에 따른 차이란 농촌 인구들에게서 voseo 사용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라틴아메리카에서의 voseo 현상은 단순히 지도에서 보이는 것처럼 지역이나 계층에 따라 voseo가 존재하거나, 존재하지 않거나 하는 문제로 간단히 설명할 수 없다. 각 나라마다 이 voseo가 가지는 개념과 의미가 매우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어체에서만 사용하고 문어체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거나, 남자들 간에만 사용한다거나, vos가 아닌 voh라고 변형된 발음을 한다거나. 이렇게 매우 다양하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가장 극단적으로 voseo 현상이 두드러지는 나라다. 대부분에 국가들에는 tú와 vos가 공존하는데, 아르헨티나에는 그렇지 않다. 외국인이 아니고서야 tú를 사용하는 경우는 결코 볼 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친밀한 사이에는 vos, 격식을 차리거나 모르는 사이인 경우에는 usted을 사용한다. 식민시대 아르헨티나는 스페인 정복자들에게 돈이 될만한 매력적인 자원을 많이 제공하지 못했다. 자연스레 행정위를 갖춘 식민지화가 늦게 이뤄졌고, 그곳에 살고 있던 스페인 출신의 지배 계층들과 그 후손들은 새로운 변화에 순응할 기회를 갖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이러한 voseo를 식민의 잔재로 여기지 않는다. 자국의 고유한 문화로 여기며 자부심을 갖는다. 스페인어 사용 국가들 사이에서도 voseo는 아르헨티나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1982년 아르헨티나 국어 연구원은 voseo를 매우 표준적이고 교양 있는 현대어로 인정하였으며 그 정착화에 기여했다. '대명사적 voseo' (tú를 vos로 쓰는 것 )와 '동사적 voseo' (2인칭 단수에서 특별한 동사 변화를 하는 현상)가 모두 일어나며 이웃국가인 파라과이도 동일하다. 아르헨티나 만화인 'Mafalda 마팔다'의 한 장면을 통해 voseo의 쓰임을 알아보자.
1. voseo pronominal (대명사적 voseo)의 예
-근데 마팔다 어찌 내년이 존재하지 않을 거라는 거니?
-아빠(vos) 내년 봤어?
2. voseo verbal (동사적 voseo)의 예
-나 혼자 있어 너무 심심해. 우리 집에 올 수 있어? (puedes→podés)
-미안, 미겔리또. 나 엄마랑 나갈 거거든. 혹시 책 없니? 책은 좋은 친구야. (tienes→tenés)
-...
-...
-그래 좋아. 뭐하고 놀고 싶니? (quieres→queré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