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다. 또 허무하다. 달이 가려져 거먼 밤에 걸려온 전화 한 통화에서 묻어나오는 진심에 깊숙이 감사할 수 있던 것이 행복하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자라며 이야기 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나와의 일상이 당연한 사람의 sns를 살펴보는 것이 행복하다. 행복하고 행복하다. 그들이 나를 찾아준다는 것이 그들의 삶에 내가 끼어있다는 것이 행복해서 눈물이 난다. 또 허무하다. 이토록 벅찬 행복에 허무하다. 오롯이 환희를 느끼기 전에 찾아와 버린다. 전화를 하는 것은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지만 목소리만 들을 수 있다는 것이 단점이어서 그런 지도 모른다. 그에게 잘 자라고 연락하는 것은 좋지만 함께 잘 수 없다는 것은 아쉬워서 그러는 지도 모른다. 그 사람의 sns에는 버젓이 내가 자리하고 있지만 지금은 달님도 계시지 않는 방 안에 나 혼자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타인에게서 받은 행복은 혼자서 느낄 수가 없다. 혼자서 느끼는 것은 단지 상황에 따른 기쁨일 뿐이다. 당신이 좋고 당신과 미래를 꿈꾸는 것은 혼자만이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는 깨달아 알고 있다. 몰랐을 적에, 어렸을 적에는 홀로 상상을 키워나가며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했던 날들을, 무지한 시간들을 기억하고 있다. 기뻐하는 것은 그 사람이 나를 자신의 인생에 못 박아둔 뒤부터 여도 넉넉하다.
오늘 내가 행복했던 것은 나를 생각하는 마음들이 너무나 갸륵하여서다. 나를 온전히 받아들여주는 마음들이 어여뻐서다. 나는 그들에게 내 목소리를 내 얼굴을 주고 그들의 사랑을 뺏기지 않고 지켜냈다. 한 톨도 거두어가지 않은 그들에게 감사하고 행복하여 언젠가 2078년이 되어도 우리가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나는 당신에게 잘 박혀있냐고 묻고 싶다. 땅땅 못 박아 둔 것 맞느냐고 묻고 싶다. 어디 부러진 곳은 없는가 아니면 녹이 슬어있지는 않은가 잘 살펴보라고, 내가 모르면 알려달라고 말 하고 싶다. 나는 당신들을 내 인생에 넣고 싶어서 그리한다. 혹여나 끝이 생겨날까봐 두려워 그리한다.
사랑한다. 당신들을 사랑하고 사랑한다. 나에게 행복이라는 감정을 알게 해 주어 감사하다. 해도 해도 모자란 말들이 몇 가지 있다. 사랑한다. 감사하다. 행복하다. 같은 지극히도 개인적인 언어들.
개인 적인 것은 아무리 구체 적이어도 남들이 보면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더 휘갈겨 보는 것이다. 누구도 알아볼 수 없어도 그래도 상관없으니까 휘갈기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어디에서도 감사하다고, 행복하다고, 사랑한다고 휘갈기는 것이다. 입이 닳도록 그렇게 마음이 모두 닳을 것처럼 그렇게 쏟아내다 보면 오히려 그것들은 온전한 모양 그 이상으로 되돌아온다. 더불어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와 함께 내 추상적인 감정들을 이해해 주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러면 나는 또 그것에 감읍한다. 더 높은 말을 쓰고 더 겸손한 마음을 가지며 더 충실한 사람이 된다. 물을 주면 기대에 부응해 자라는 식물처럼 그렇게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어 당신을 기쁘게 한다. 적어도 그렇게 되려고 기를 쓴다.
16년 8월 28일, 감사하고 사랑하고 행복한 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