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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대장 Oct 31. 2020

연봉2억 직장인 작은습관) 나는 짧은 머리가 좋다.

때로는 천천히 늙어가도 된다.

말하자면 에세이다. 지난 나의 시간과 생각의 흐름을 이 글에 정리한다. 기록한다.



30대 마지막을 향해


긴 세월을 산 것도 아니지만.
어느덧 마주한 30대 후반이라는 나이가 어색하다.

이 순간까지도 나의 머리는 여전히
어린 시절 좋아하던 까까머리 그대로다.


한 달만 지나도 머리가 덥수룩해진다. 이렇게...



나는 이런 모습이 답답하다.

옆, 뒷머카락이 자라 나오면 손이 간다.
머리 뒤통수에 만져지는 자라나 온 머리카락이 싫다. 그저 만져지는 것이 싫다.

까칠까칠한 옆머리와 뒷머리가 좋다.
그래서 스포츠머리 스타일만 고집하게 된다.


 
내가 하는 직장 업무, 공부, 등
모든 일에 집중력도 높아진다.
외적인 것에 신경을 쓸 부분이 줄어든다. 그러니 뇌가 집중을 할 수가 있다.


짧은 머리는 장점이 많다.



영화 아저씨의 페러디가 아니다. 나는 셀프 이발을 그 영화가 나오기 전부터 해오고있었다.


무슨 2만 원짜리 이발기는 4년을 넘게 사용해도 끄떡 이 없다. (사진을 다시 보니 우습다. 무엇이 그렇게 심각했는지 입모양이 이상해 모자이크 처리했다.) 

참, 영화 아저씨 패러디는 아니다. 나의 셀프 이발은 그 영화가 나오기 전부터 시작됐다.


머릿속이 복잡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샤워 전에 저렇게 혼자 머리를 깎는다.

스트레스도 풀린다.
참, 공짜다.

나는 내 모습이 어떨지 알고 있다.
남들에게 내 모습이 어떻게 보일지
아침 출근길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늘 어떠한 모습인지 알기 때문이다.


머리 스타일뿐만 아니다.

패션?
옷을 입는 것도 마찬가지다.

나는 두 살 어린 남동생이 있다. 늘 동생에게 패션 센스 없는 형으로 인식되어 있다. 사실 센스가 없기보다 관심이 없다.

10년 전 지금의 아내와 연애할 때 샀던 나이키 람막이 점퍼도, 8년 전 부산에서 회사 근무를 시작하며 샀던 오피스룩 질스튜어트 점퍼도, 5년 전에 샀던 뉴발란스 반팔 티셔츠도 여전히 잘 입고 있다. 오랫동안.

정장 바지는 두세 벌로 돌아가면서 입는데, 2-3년이 되면 수명을 다한다. 아무래도 사무실 책상 앞에 앉아있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다.

정장 바지가 헤어질 때면, 단맞춤 양복 전문점에 주문만 하면 된다. 나는 굳이 쇼핑하러 다니질 않는다.

나의 사이즈가 이미 있으므로, 색상만 선택하면 바로 제작이 들어다.


사실 색상도 굳이 고를 필요 없다.
'진한 남색'과 '진한 회색' 하나씩만 선택하면 끝이다.
사실, 남성정장은 유행이라는 것이 없다. 그래서, 쇼핑이 더 쉽다.


2016년 홍콩 코즈웨이베이 거리


2016년 퇴근 후 홍콩 코즈웨이 베이를 아들과 걸었다. 아들도 이젠 제법 컸다. 한국에서 태어나 살았던 시간보다 외국에 나와있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어쨌든,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스타일에 변화가 없다. 똑같은 머리, 똑같은 옷차림,...



시간이 많이 흘렀다.

미래의 시간처럼 여겨졌던 2020년이라는 숫자에 살고 있다.

중학교 때 봤던 영화 <제5원소>에 나왔던 미래의 모습까지는 아니지만, 이 세상은 충분히 빠르게 바뀌어가고 있다.

어린 시절 1년이 참으로 길었는데, 이제는 아닌 것 같다. 시간의 속도는 나이의 숫자만큼 빠르다던데, 사실 같다.

빠른 급류에 뛰어들면 빠르게 떠내려가버리고 만다. 그래서, 나는 굳이 그 흐름 속에 나를 던지려 하지 않는다.
시대의 유행에 관심을 크게 두지 않는다. 남들 하는 대로 따라가지 않는다.

오히려 조금 더 천천히 생각하고
남들 주변 살피지 않고 앞만 보고 뛸 때
나는 천천히 걷다 보면 더 빠른 길도 보였다.

나는 늘 남들이 맞이하는 변화의 시간보다 늘 1년씩 늦었다.

대학 입학도 1년을 늦췄고 (고3 졸업 이후 쉬고 싶었다.)
대학 졸업도 1년을 늦췄다.

주변 사람들의 염려가 가득했던 나의 느린 생각이,
지금 돌이켜 보면 나에게 빠른 성장을 가져다주고 있다.

남들보다 이른 40대 중반에 은퇴를 하겠다는 나의 야심 찬 꿈이, 이제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대학 동기들이 사회에 나가서 이제 어느덧 굵직한 기업에 과장급을 맡고 있다. 그들은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수준 이상의 연봉을 받으며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들과는 다른 삶의 방식을 택했고,
지난 한 해 나는 그들이 받는 연봉의 3배 이상을 벌어들였다.

그들이 30년 직장 생활을 계획할 때
나는 15년간 일하고 15년을 더 쉬겠다는 생각이다.

생각은 느렸지만 실천은 빨랐다.
나는 내 모습을 트렌드에 맞추지 않는다.

겉모습보다는 내면의 성장을 위해 천천히 깊게 생각하고,
시대의 흐름을 보려고 한다.

때로는 남들보다 천천히 늙어도 된다.

이렇게 꺼내고 나니 한결 가볍다. 머릿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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