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사계절을 만나보아야 아는 법이다
사랑하는 아들 딸아.
인연을 쉽게 만들지 말거라.
요즘은 너무 쉽게 만났다 너무 쉽게 헤어진다. 쉽게 만든 인연은 오래가지 못한다. 쉽게 만든 인연은 상대도 나를 쉽게 대하고, 그만큼 나도 상대를 쉽게 대하기 마련이다. 서로가 별 미련이 없기 때문이다. 옛부터 사람은 사계절을 만나보아야 안다고 했다. 계절의 흐름을 거쳐 곡식이 만들어지고 그것으로 우리가 연명하는 것인데, 입으로 들어가는 곡식이 아니라 내 인생을 배불리 할 수도 있는 인연을 어찌 쉽게 만든단 말이더냐. 쉽게 만든 인연은 바람처럼 날아가버릴 경우가 많으니 애초에 가벼운 인연을 만들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좋다.
오랜시간 함께 하고싶은 사람일수록 더 격식을 차려 대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사람은 본디 자주 보면 귀한줄 모르는 법이고, 귀한 것도 자주 대하다보면 예사롭게 대하게 마련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이 그러할 것이고, 물과 공기 또한 마찬가지다. 늘 그 자리에 있는 것같고, 늘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사람이다. 음식은 지금의 우리 육신을 만들지만 우리가 살아가며 만나는 인연은 너희의 내면 형성에 큰 틀을 마련한다. 가까운 사람일 수록 어려워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사람을 만날 때는 서로간의 거리가 참으로 중요하다. 너무 가까이 해서도 안되고, 너무 멀리 해서도 안될 것이다. 항상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 '마음의 거리'라는 말로도 표현될 수 있겠구나. 남녀간의 만남이 그러할 것이고, 친구나 선후배와의 만남도 그러할 것이다. 너무 허물없이 대하면 실수를 하기 마련이고, 너의 밑바닥까지 상대에게 다 들춰질 수가 있다. 서로의 모든 것을 알아서 좋은 것도 있지만 상대의 밑바닥까지 다 알게된다면 그 또한 좋을 것이 없을 것이다. 모름지기 사람은 서로에 대해서 조금은 모르는 것이 오히려 낫다. 상대에 대한 신비감을 떠나서 조금은 어려워하고 조금은 격식을 차리는 관계 속에서 신뢰와 존중을 만들어 가도록 하여라.
사랑하는 아들 딸아.
인연을 너무 쉽게 만들지 말거라.
사랑한다 나의 아들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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