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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석현 May 25. 2022

누구든 궁지에 몰지 마라.

쥐도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사랑하는 아들 딸아.


누구든 궁지에 몰지 마라.

쥐도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수궁즉설(獸窮則齧)이라는 말이 있다. 짐승이 궁지에 몰리면 문다는 뜻으로, 사람도 곤궁하여지면 나쁜 짓을 하게 됨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사람은 누구나 본인의 치부를 들키는 것을 몹시 싫어한다. 치부라 하여 그것을 상대의 약점이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굳이 상대의 약점을 찾아내 들출 필요는 없을 것이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나에게 진실을 숨기며 말을 하지않은 거짓말을 일컫는 것이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편한 상대에게 먼저 본인의 속내를 말하는 것은 믿을만해서 본인이 먼저 말을 하는 것이라 상관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먼저 알리지도 않았는데, 누군가 나의 치부를 들추어낸다면 수치스럽고 화가 날 수 있다. 누구나 허를 찔리는 것을 싫어한다. 상대의 약점을 건드리는 것은 상대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이다. 만일 내가 싸울 준비가 되었고, 안봐도 상관이 없는 상대라면 부조리한 것을 드러내 직접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나 그렇지 않은 상대라면 유연하게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본인의 치부를 들키면 당황하게 마련이다. 그럴 경우 상대의 두 가지 정도의 대응을 예상하면 크게 어긋남이 없을 것이다. 첫째, 도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하고 타협점을 찾을 것이다. 이는 상대도 너도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일종의 협상과도 같은 것이다. 둘째, 도리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본인의 치부를 들킨 것이 수치스러워 공격적으로 나오며 본인의 밑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이는 상대가 너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 인연을 끊어도 된다는 마음이 내재(內在) 된 행동에서 비롯되는 최후의 수단이라 볼 수 있을 것이다. 상대의 밑바닥을 보았다면 과감히 인연을 끊어도 좋다. 단지 본인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하여 어떠한 해명과 사과도 없이 공격성만 드러내는 상대에게서는 더 이상 얻을 것이 없다. 계속 인연을 유지한다고 하더라도 십중팔구 시간 낭비일 것이니 이때는 과감히 인연을 끊어라.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고양이가 사냥을 할 때도 항상 쥐가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 쥐를 몰아야 한다. 하물며 그것이 사람이라면 어찌할까? 자아가 위협받는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자신을 속이거나 상황을 다르게 해석하여, 감정적 상처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가 발동하여 본인의 밑바닥을 드러내며 공격적으로 변할 수 있다. 이는 이성적 성숙함이 부족한 사람에게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이다.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나 위에서 말한 두 가지에서 크게 어긋남이 없을 것이다.


사랑하는 아들 딸아.


누구든 너무 궁지에 몰지 마라.

생쥐도 막다른 골목에 이르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도망갈 구멍을 미리 만들어 놓고 물리지 않도록 조심 또 조심하여야 할 것이니 이를 잘 기억하고 실천하기를 바란다. 더불어 비밀이 많은 사람은 늘 경계하도록 하여라. 숨길 것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진실되지 못하다는 말과 같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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