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나만의 공간을 가지고 싶었다. 작은 일기장에 나의 이야기를 채워 넣고 싶었다. 나의 서랍 속에 내가 읽고 싶었던 만화를 보관하고 싶었다. 좋아하던 것들을 모아 방에 가득 담아두고 싶었다. 그것들은 통제되었고 꿈에 불과하였다. 나는 가질 수가 없는 일이 되었다. 사소하게 모았던 모든 것들은 들키면 쓰레기통으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세계는 한 뼘 남짓한 공간조차도 허락되지 못했다. 갈증은 커졌다. 사소한 거조차 나의 것은 없었다. 허락된 것은 숫자 가득한 문제집뿐이었다. 가방에 가득한 시험지, 볼펜들. 내가 무엇을 가지고 싶어 하는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고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내가 받아오는 숫자들이 중요했다. 나의 세계는 무엇이었을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는 한 번도 목소리 내지 않았다. 내가 가지고 싶다고, 들켰을 때조차도 당당한지 말하지 못했다. 부끄러운 일도 아닌데, 뭐가 그리 창피하고 무서워 숨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