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세계

최악대신에 차악을 선택하다

by 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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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다가, 문득 마음에 가시가 돋친 것처럼 불안이란 불꽃이 생긴다. 모른척하지만 삽시간에 불길이 거세진다. 곧 온통 마음이 불바다가 되어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시작은 아주 사소한 것으로 시작된다. 사소한 이유. 이유를 알면 그것을 없애버리면 그만이지만, 나의 불안은 이유를 모를 때가 많다. 조용하게 슬며시 찾아와 마음에 불을 질러버리고 숨어버린다. 나는 무방비 상태로 직면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바보가 되어버린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약을 먹고 이 시간이 지나가길 바라는 것뿐이다. 발바닥부터 머리까지 뾰족한 물건으로 마구 찌르는 느낌이 든다. 약을 먹으면 금세 정신이 몽롱해지고 잠이 온다. 그런 기분이 싫어져 약을 먹기 싫지만, 불안한 감정은 더 싫다. 최악이 싫어 차악을 선택하는 마음은 서럽다. 내 마음은 나에게 항상 숙제를 준다. 불안과 우울. 나는 그 숙제를 제대로 풀어낸 적이 없다. 해답을 봐도 답을 알지 못한 기분. 끝끝내 알지 못한 채로 백지로 제출하는 그런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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