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행복하다

by 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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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샤워했다. 쌓여있던 묵은 먼지를 털어내는 구멍가게의 노인처럼. 에구구 소리를 내며 욕조에 몸을 담갔다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샤워하고 나오니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았다. 밖은 더위가 한창인지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사람들이 양산도 쓰고 가고 반소매 티에 모자를 푹 눌러쓴 사람들이 있었다. 저마다 자기의 목적지를 향해 어기적어기적 걸어갔다. 다들 가기 싫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나는 보리차 한잔을 타 먹으며 머리 위로 쌓이는 시원한 바람을 즐겼다. 나는 내가 딱히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불안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것은 삶의 매 순간이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모든 게 불안정하고 변수에 취약하다. 그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아침에 있던 일을 곱씹어 보면 누군가에게는 행복에 겨운 배짱이 같은 일이라 생각이 들었다. 나는 행복한 거구나. 그래도 행복은 온전히 나의 마음에서 비롯될 순 없을까. 꼭 남의 것과 비교해서 행복해져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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