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먹어서 행복하다

by 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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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은 싸우더라도 혼나더라도 밥을 먹는 게 규칙이었다. 엄마는 나에게 말하곤 했다. “혼나도 밥은 참 잘 먹네” 비꼬는 말도 혼내는 말도 아니었다. 엄마만의 화해의 제스처였다. 나를 혼내고 나면 엄마는 밥상을 차리고 나를 조용히 불러 앉혔다. 나는 눈에 그렁그렁 눈물을 달고 밥을 한 움큼 집어넣었다. 야무지게 꼭꼭 씹어 밥을 먹었다. 그런 나를 보고 엄마는 그래. 혼난 건 혼난 거고 밥은 먹어. 라고 말했다. 그 뒤로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밥은 굶지 않게 되었다. 남편과 싸우고 나서도 남편에게 밥을 먹자고 했다. 남편도 샐쭉하니 툴툴거리다가도 자기 밥을 챙겨주는 내가 고마웠는지, 다 먹으면 조용히 설거지했다. 그리고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했다. 속상하고 싸우고 난 후에 밥을 먹는 남편을 보면 웃음이 났다. 엄마가 이런 마음이었을까 가끔 생각한다. 한 대 쥐어박고 싶긴 하지만 건강하게 밥을 먹어주는 모습을 보면, 그거만큼 고마운 게 없으니 화가 가라앉는 느낌. 가족이니깐. 이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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