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목차 p. 53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가끔 그런 생각을 했다. 내 온몸의 장기가 썩어버린 느낌. 나의 모든걸 새롭게 바꿔 끼울 수 있음 얼마나 좋겠다. 그리고 더 어쩌면 내 가족들을 소모품처럼 갈아 끼울 수 있으면 어떨까. 어리석은 생각을 던져본다. 생각은 얼마든지 할 수 있으니깐.라며 죄책감을 덜어본다.
나도, 가족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태어나자마자 낙인을 찍은 거 마냥 이미 선택이 돼버리어 있었다. 으앙 하고 울음을 터뜨려 세상에 눈을 뜬 그날, 나를 품에 안은 어머니가 나의 어머니였고, 탯줄을 자른 이가 나의 아버지가 되었다. 아니 그보다 전 나를 품은 여인이 어머니가 되었다. 엄마는 나와 마찰이 있을 때마다 분노에 차 말했다
"너를 낳고 미역국 먹은 내가 미쳤지"
그때 먹은 미역국을 다 게워낼 정도로 분노했다. 속으로 누가 나를 낳으라고 했냐고 반문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더 상황이 악화할 뿐이라 삼키고 또 삼켰다. 원망스럽기도 했다. 나는 나로 태어나고 싶었던 것이 아닌데 엄마는 항상 나에 대하여 불만이 많았다. 여성스럽지 못한 나의 태도, 괄괄한 목소리. 그게 나인걸. 이렇게 태어난걸. 부정하는 엄마에게 할말이 없었다. 조심한다고 내가 사라지는게 아닌데 어떻게 할 수 없는 나도 답답했다. 마치 엄마는 나의 단점이 자신의 치부를 속내를 들킨 거 마냥 질색했다.
나는 엄마의 치부와 같았다.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가족도 새로운 가족을 좋아할까. 유통기한이 지나면 가족을 바꿀 수 있게 된다면 어떨까. 만족스럽지 못한 가족을 만난 사람들에게는 행복한 일일까? 나는 내 가족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엄마는 나를 마음대로 낳아두곤 나를 만족하지 못한다. 동생의 어린 시절까지 말하며, 내가 얼마나 유별난 애였는지 악에 받쳐 소리 지르곤 한다.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 시절의 나의 악행이 지금까지 발목을 잡는다. 나의 의도도, 의지도 없었던 시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