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이상하게 흐른다 p.63
나의 강박 중 하나는 손거스러미를 뜯는 것이다. 학창 시절 어려운 문제를 풀 때는 검지로 엄지의 거스러미는 스냅을 튕기듯 뜯는 게 버릇이었다. 거슬거리는 거스러미가 시원하게 뜯겨나가 피고름이 터져 나올 때 문제의 해결이 떠오르곤 했다. 그런 습관이 남아 있는 것인지 조금 긴장이 되거나 고민이 될 때 어김없이 손가락을 뜯었다. 한가지 다행인 건 입으로 물어뜯지는 않는다.
생채기를 자주 내다보니, 손에는 흉이 남아 있었고 피가 나지 않는 날이 없었다. 정신과에 입원했을 때는 시트에 피가 묻어날 정도로 수도 없이 손가락을 뜯고 또 뜯었다. 폰에 이어폰을 연결하고 두 손이 자유로워지면 나는 어김없이 생채기를 냈다.
엄마와 통화를 할 때는 더욱 그랬다. 열 손가락을 사단 내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더 이상 뜯어낼 생살이 없었다. 피가 뚝뚝 흘러내려 간호사님이 드레싱을 해줄 정도의 상처가 났다. 검붉은 피가 침대 시트를 적셨다. 얼마나 후벼 판 건지 꽤나 커다란 생살이 툭하고 떨어졌다. 쓰리고 아픈 느낌은 없었다. 마음이 쓰라릴 뿐이었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손가락보다 마음이 아팠다. 자꾸 나 엇갈리는 그 마음들이 쓰라렸다. 어디 시멘트 바닥에 내 맨 마음이 갈리는 것 같았다.
그리워서인지 피가 더 묽어진 기분이었다. 세면대에 가득한 물에 피가 떨어졌다. 금새 핏빛으로 물들었다. 그리움이 내 마음을 물들이듯 진해졌다. 물에 손을 담그니 손가락이 아렸다. 그래서인지 굵은 눈물방울이 후두두 하고 떨어졌다. 단순히 손가락이 아파서 울었던 게 분명하다. 꿈결에서도 손가락을 쥐 뜯으며 엄마를 찾은 내가 마음 아파서가 아니라, 그냥 손가락이 아파서 울었다.
더더욱 진한 핏빛따라 그리움도 서러움도 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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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워서 피가 조금 묽어진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