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수 - 있잖아
어스름한 새벽녘에 잠시 깨곤 한다 눈에 덕지덕지 붙은 잠을 무심결에 떼어내기 위해 눈을 비빈다. 밀린 메일과 카톡을 읽고 답장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꾸준히 일해낸다. 그러다 다시 잠이 든다. 느지막한 아침즈음 새로 잠에서 깬다. 그럼 먼저 일어난 아침이 기억나지 않는다. 무엇을 했는지 누구와 연락했는지. 전날 먹었던 지독한 수면제들 때문에 나는 바보가 되어버린다.
내 눈에 담았던 처음의 아침이 기억이 나지 않는 건 무서운 일이다. 내 마음대로 먹었던 수면제 2알이 이렇게 나를 망가지게 한다. 약사님은 나에게 말했다.
"수면제를 자꾸 먹다 버릇하면 몸이 게을러져요"
몸이 수면제가 아니면 잠을 자지 못하게 되니, 몸이 게을러진다고 했다. 수면제를 줄이기 위해 날을 세기도 했다. 잔잔한 음악을 틀어놓고 눈을 감았다. 깜깜한 밤에 적응하고 싶지 않아 눈을 뜨지 않았지만, 무심결에 뜬 눈이 어둠에 적응하여 세상이 보였다. 눈에 담긴 불면의 밤은 아름답지 않다.
그 셀 수 없는 몇 번쯤에 나는 제풀에 꺾여나가 다시 수면제를 삼킨다. 수면제를 먹어도 잠들지 못하는 날들도 있다. 몸이 피곤해서 잠들고 싶은데 잠이 들지 않는다. 몸은 잠을 자고 싶다고 아우성 피운다. 나는 그 아우성을 들어주고 싶지만, 마음은 무슨 마음인지 자꾸만 잠이 들려 하지 않는다. 나는 어쩔 수 없이 까만 방안에 눈만 껌뻑이며 새벽을 맞이한다.
밤을 이기고 싶지 않다. 오롯 받아들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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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잖아 너를 내 눈으로 몇 번이나 담고 붙잡았어
그 셀 수 없는 몇 번쯤에 나는 제풀에 꺾여나가 뛰쳐 울며
사랑하고 있다고 아무리 외쳐도 늘 공허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