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잊어버린 설레임

by 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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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풍 가기 하루 전날은 설레어서 잠 못 들곤 했다. 까만 방안에 기대의 방울이 몽글몽글 피어오르곤 했다. 어른이 되고 나서는 그런 기대되는 밤들이 줄었다. 어릴 때만 해도 현장학습, 소풍, 수련회, 시험 끝 다양한 소소한 날들이 하나하나 행복으로 덧칠되어 잠들지 못하는 밤들이 많았다. 송충이 한 마리가 바람결에 떼굴떼굴 굴러가기만 해도 까르르 웃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송충이가 바람에 헤드스핀을 돈다고 해도 웃지 않을 것만 같다. 웃음이 박해진 것만 같다. 소풍을 마지막으로 간 적이 언제였을까,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한, 사진을 찍기 위한 소풍이라면 가본 적 있는 것 같다. 그런 것 말고 정말 산에 올라가고 즐기기 위한 소풍에 가본 적이 언제였을까. 바쁘다는 핑계로 놓친 것들이 너무 많다. 사실 소풍이라는 것이 별것 없을 텐데 근처의 김밥가게에서 김밥을 사서 예쁜 그릇에 담아다 집 앞 바닷가에 예쁜 피크닉 매트를 깔고 앉기만 해도 될 텐데 말이다. 어른이란 너무 우울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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