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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Nov 17. 2022

55. 살아가는 일이 너무나 값없게 느껴졌다

보건교사 안은영중

내 삶의 값어치를 매긴다는 것은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처음 정신과에 입원해야 했을 때 제일 걱정되었던 것은 돈이었다. 입원비도 문제였지만 회사휴직계를 내게 되면 당장의 생활비가 걱정되었다. 회사는 내가 살아가기 위해 다녀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내가 살기 위해 병원에 입원해야 하는데 회사에 나가려면 입원일정표를 조정해야 했다. 퇴원하고 교수님은 나에게 잠시 쉴 것을 권유했지만 나는 회사에서 급하다는 연락을 받고 일주일 뒤에 바로 복직했다. 결과는 엄청난 마찰을 일으키고 퇴사하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병원비는 엄청 많이 나왔고, 현재 입원을 한 이후로 4년 넘게 통원 치료를 하고 있다. 나의 삶을 지탱하기 위해서 많은 돈이 들어간다. 당장에 집 전세금 대출, 휴대전화 요금, 전기세, 가스비 등등 생활 전반에 나가는 비용들. 집에서 숨만 쉬어도 나가는 비용이 한두 개가 아니다. 내가 살아가기 위해 돈을 버는 것인지 돈을 벌기 위해 살아가는지 한 번씩 헷갈릴 때가 있다. 마치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논하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보다 다른 그것들이 비싸다.''

최근 남편은 취직하기 위해 자동차 한 대를 구입했다. 밖을 나가면 그렇게 많이 굴러다니는 자동차 한 대였다. 자동차 한 대를 구입하는데 무슨 세금이 그리 많은지, 보험료는 왜 그렇게 많이 드는지, 중고차 한 대를 구입하는데 갈아야 할 부속품은 뭐 그리 많은지. 둘이서 구할 수 있는 모든 금액을 총동원해 결제했다. 아득바득 모았던 금액들이 한순간에 텅장이 되었을 때 허탈감과 상실감이 나를 덮쳤다. 정말 나의 값어치보다 비싼 게 너무 많았다. 내가 너무 가치 없게 느껴졌다.


살아가는 일이 너무나 값없게 느껴졌다. 일하기 위해 필요에 산 자동차인데, 내가 이것이 옳은 것 인가에서부터 시작한 생각이 우리 부부에게 불면증까지 안겨주었다. 삶이 퍽퍽하다. 뭐하나 대출 없이 살 수 있는 게 없다. 당장 티비만 켜도 모두 잘 살아가는 거 같던데, 나의 삶은 뭐하나 내 것이 없다.


나만 이렇게 살고 있는 걸까, 내가 잘 못살고 있는 걸까, 내 삶의 가치가 이토록 값어치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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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다른 것들이 비싸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살아가는 일이 너무나 값없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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