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지연 Dec 05. 2022

72. 우울이 탁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블로그 이웃의 글

우울증은 나에게서 빼놓을 수 없는 감정이 되었다. 하지만 우울증을 겪는 사람이라고 내내 우울하지 않다. 매일 10알의 약을 먹고, 수면제를 먹어야 겨우 잠드는 사람일지라도 매일 울진 않는다. 자해를 하거나 손목에 상처가 나있지도 않다. 나의 우울이 탁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생명을 두고 장난질 하지 않으니 말이다. 두 다리가 질펀한 늪에 쳐박힌거 같이 무거울때는 있다. 온몸이 물이 뚝뚝 흐른체 앞으로도 뒤로도 가지 않고 가만히 서있다. 그런 시간들이 종종 있는 것이 나의 우울이다.   

  

나는 그 시간들을 정해보기로 했다. 어차피 우울할거 언제 찾아올 우울에 불안해 하지도 않고, 무방비하게 당해 쓰러지지 않게 말이다. 저녁 9시부터 11시까지는 마음껏 우울해보려한다. 그때는 글을 써도되고 소리내어 엉엉 울어보기도 할 것이다. 핸드폰은 꺼둘 것이다. 그 누구도 나를 방해하지 않도록 나의 감정을 마음대로 풀어놓을 테다.     


우울하다 하면 단순히 ‘울음’만 토해낼것이라 생각하지만 다양한 복합적인 감정이 섞여있다. 어떤 사람에 대한 미움일 수 도 있고, 어떤 순간에 대한 그리움일 수 도 있다. 딱 한가지의 감정이 아니다 보니 해소가 어려워 더 우울해지는 것 같다. 감정의 본질은 단순하지만 어렵다. 마치 정답은 알고 있지만 망설이는 것과 같다. 


-

노랑이 탁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71. 필요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