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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Dec 05. 2022

73.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주는 사람

블로그 글

가족의 형태에 부러워한 적이 있다. 무조건 '사랑'을 주는 사람은 누구일까. 연인일 수도 배우자일 수도 있지만 부모라고 생각했다. 내가 어떤 짓을 하더라도 품어주는 사람. 그 예전 다시 한번 자신에게 태어나 주라며 미안하다고 말하는 한 어머니를 보며 부러워 하기도 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듯 다양한 부모가 있다. 나는 가끔 SNS를 보면 무조건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를 부러워했다. 정말 사랑받고 자라난 사람은 티가 난다. 뭐든 해사하고 맑고 티가 없다. 밝다. 그 밝음에 나의 어둠이 더 그늘져 보이는 듯하였다. 열등감의 조각들이 날이 서 뾰족해져 그 밝음을 질투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아보지 못하였기에, 그런 사랑이 부러워만 했기에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았다. 받아보지 못한 내가, 나의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여전히 나는 나보다 다른 타인을 사랑할 자신이 없다. 나의 배우자, 나와 평생을 함께할 사람이 아닌 타인. 이 글을 쓰는, 단어 선택에서도 티가 난다. 자식을 '타인'이라 지칭하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나에게서 태어난 자식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낀다면 마음이 아플 것이다. 은애한 손길로 머리를 쓰다듬어 줄 수 없다.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볼 수 없다. 매번 사랑을 가득 담은 편지로 아이를 축복해줄 마음이 없다. 나 자신을 돌볼 여력도 없으니 말이다.


받지 못 한 사람은 줄 수 있는 마음이 없다. 나도 넓은 품으로 아이를 안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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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무조건적으로 사랑을 주는 사람은

앞으로도 엄마와 아빠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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