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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Dec 05. 2022

74. 중요한건 꺾이지 않는 마음

월드컵 응원 글귀

아침에 일어나면 세면대에 양손을 대어본다. 눈이 어둠에 오랜 시간 익숙해진 터라, 쉬이 떠지지 않는다. 유난스러운 익숙함이라 잠시 눈을 감고 그 자리에 서있는다. 가끔은 그 자리에 주저앉아 헤어 나오지 못한다. 우울함이 깃든 날은 더 그러하다. 이래선 안 된다, 잠에서 깨어야 한다. 현실과 꿈을 구분하지 못하고 오전을 보내는 날들이 많다. 약의 용량이 높아지고 몽롱해진 날들이 더 많아졌다. 꿈은 농도가 진해져 나의 바람들이 더 투영되었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것들이 꿈에서 생경해지니, 꿈에서 깨었을 때 슬픔이 배로 느껴졌다. 어떤 날은 잊은 줄 알았던 사람을 여전히 내가 붙잡고 있음을 깨달아, 마음이 아팠다. 나는 역시 인연에 연연하는 미련퉁이구나 한참을 울었다.     


잠에서 깨어나면 좋겠다. 내가 맑은 정신이 언제였을까 가물가물할 만큼 하루하루가 멍-한 하루들이다. 내가 걷고 있는 건지 아니면 헤엄치고 있는 건지 헷갈린다. 한발 두발 어느새 나는 이만큼 움직였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느 때에는 아침의 기억이 통째로 없어질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필사적으로 잠을 깨려고 노력한다. 약에서, 우울에서, 잠에서 깨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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