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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Dec 12. 2022

78. 글로 적어내기 어려운 기분

10센치-그라데이션

대체로 기분의 얼굴을 못 알아볼 때가 많다. 성난 얼굴인지, 우는 얼굴인지 모르겠다. 불 하나 없는 깊은 밤 한쪽에 서서 별빛에 의지하여 애써서 알아내야 하는 기분이다. 나의 기분인데 수수께끼 하듯 몇 개의 답을 던져본다. 내가 내 기분을 모르니 어떻게 잘 이끌어 나가야 할지 모르겠다. 성질이 났다면, 어떻게 해야 진정이 될지, 우울하다면 어떤 행동을 해야 기분이 좋아질지 잘 모른다. 나는 무작정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쓴다. 내가 어떤 감정인지 모르지만 우선 내 마음에 드는 노래를 찾아, 틀어놓고 빈 페이지에 의식의 흐름대로 글을 쓴다.


그 글의 처음과 끝이 맞지 않더라도 우선 쓴다. 갈피를 잡지 못하고 끝이 엉망일지라도, 중간에 길을 헤매 샛길로 샐지라도 거리끼지 않는다. 글을 씀으로써 길을 찾는 것이다. 나의 감정의 길. 어떤 날은 선명한 우울의 얼굴을 가진 감정이 찾아올 때가 있다. 그런 날은 글을 쓰며 펑펑 운다. 아무것도 나에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 그냥 나의 우울을 넋두리하듯 잔뜩 글을 쓰고 그 글을 휴지통에 넣어 버린다. 하얗게 지워진 폴더를 보면 마음이 시원해진다.


마음을 떠돌던 감정 조각이 아무렇게나 뭉쳐져, 입밖으로 뱉어진다. 내 감정의 찌끄레기들.


-

글로 적어내기 어려운 이기분을

너도 느껴봤으면 좋을텐데

- 10센치, 그라데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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