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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Dec 12. 2022

79. 매일이 처음인 오늘, 태어나서 행복해

블로그 글쓰기 씨앗 문장

입 밖으로 행복을 말할 때가 언제인지 그리워졌다. 원망하듯이 내 행복을 엄마에게 내놓으라고 떼를 써보기도 했다. 엄마는 그때마다 맡겨놓은 적 있냐며 나에게 화를 냈다. 나는 허망하다는 듯 두손을 떼며 생각했다. 나를 낳아주었지만, 그래 낳아 주었지. 그 뒤의 책임은 오롯이 나의 몫인 걸까. 엄마의 원하는 모습으로 성장하지 못한 탓으로 나는 행복을 봉인 당한 채로 불행을 머리에 동여매고 살아야 하는 거구나. 불안장애를 가지고 사는 사람은 모든 삶이 불행으로 똘똘 뭉쳐져 있다.


비 오는 날엔 퇴근하는 남편이 행여, 미끄러지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해가 좋은 날엔 남편이 일할 때 힘들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머릿속은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해낸다. 행복한 생각을 해내는 게 어려운 걸까. 그게 그렇게 어렵니. 나의 멱살을 잡고 물어보고 싶다. 하루하루가 처음인 오늘, 새로운 불안으로 벌벌 떠는 내가 쫄보와 같아 답답하다. 그런 나의 모습이 싫어 어둠의 한켠에 숨어버리곤 한다.


나는 언제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태어나서 행복해. 엄마, 나를 태어나게 해줘서 고마워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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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이 처음인 오늘, 행복해

https://blog.naver.com/yax3/222952598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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