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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Dec 13. 2022

80. 삶의 의미를 찾다

신지훈- 밤의 창가에서

제가 저를 죽일 것 같아요

내가 정신과 병동에 입원할 때 교수님에게 했던 첫마디였다. 교수님은 온몸이 멍이 들어 나를 두들기던 손을 잡고 말씀하셨다. 자신이 잘못했으니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이번에 입원하면 꼭 고쳐줄 테니 다시 입원하자고. 나는 엉엉 울며 응급실 한쪽에 놓인 침대에서 안정제를 맞았다.


안정제를 맞으면 정말 신기하게도 머리에 가득 차 있던 절망적이던 생각이 물에 씻겨나간 듯 사라진다. 안개가 자욱하게 낀 하늘처럼 하얗게 머릿속이 비워진다. 나는 꿈을 꾼 거처럼 몽롱한 정신결에 남편에게 집에 가자고 했다. 택시 안에서 남편에게 물었다. 내가 왜 살아야 하냐고. 남편의 그런 나의 손을 꼭 잡았다. 살아가려고 애원했다. 자신을 위해서라도 좋으니, 죽지 말아 달라고 집에 가는 내내 말했다.


실은 살아야 하는 이유 따윈 없다. 거창하고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숨을 쉬고 있으니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밤마다 생각한다. 내가 왜 살아있는 걸까, 내가 살아있는 것이 맞는 것일까. 밤에 수많은 알약을 삼키며, 이렇게 꾸역꾸역 살아가는 것이 맞는 것일까. 한 번씩 나를 질타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 비난이 마음에 박히면 어김없이 무너져내린다. 그 비난이 나를 절벽으로 미는 것 같다. 나는 삶이 너무 버겁다. 삶의 의미를 찾아서 다시 살아가고 싶은 마음도 힘도 없을 때가 많다. 그럴 때면 나의 손을 잡아주던 남편의 눈을 생각하곤 한다.


의미 없는 삶에서, 의미를 찾는 건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의미를 만들어주는 사람 때문에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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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창가에서 삶의 의미를 찾다

슬그머니 들어온 바람이

넌지시 다독여주네

-신지훈, 밤의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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