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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지연 Dec 14. 2022

83. 드디어 발견

꼬북칩에서 써진 광고문구

아침에 일어나니 목구멍 너머로 뜨끈한 무언가가 넘어오는 기분이 들었다. 두어 번 헛기침하고 나서야 진정이 되었다. 겨울의 아침은 나와 썩 맞지 않는다. 나는 겨울을 좋아하지 않는다. 더위는 어떻게든 참아보겠지만 추위는 참을 수가 없다. 어릴 적부터 목이 약했던 나는 조금만 방심하면 쉬이 목이 쉬어버리곤 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찢어질 듯 목이 아팠다. 조금 낌새라도 보이면 약을 먹곤 하지만, 타이밍을 잘못 잡으면 고통에 밤새 기침하곤 했다.


싫어하는 것에 이유를 대라면 아주 많다. 반면 좋아하는 것에 이유를 대라면 무엇이 있을까. 나는 좋아하는 것들의 이유는 딱히 크게 되지 못한다. '그냥'이라는 말로 뭉뚱그릴 때가 많다. 어떨 때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스스로의 취향을 모를 때가 많다. 그저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니 나도 해보겠느냐는 물타기식 취향에 따를 때가 있다. 어느 날은 지인이 비싼 위스키라며 한잔에 얼마라고 나에게 맛을 보라고 권한 적이 있었다. 한 모금 마시자 알코올 향이 코를 찔렀다. 나에겐 그저 센 술에 불과했다. 옆을 둘러보자 다른 지인들은 코르크 마개에 코를 박고 킁킁대며 다르다는 말을 연발했다. 나 혼자 눈을 말똥히 뜨고 영문을 몰라 했다.


비싼 와인도 비슷했다. 평소에 즐겨 먹던 만 오천 원짜리 스파클링 와인을 집으려는 찰나, 직원이 다가와 지금 아주 비싼 와인이 만원에 할인한다고 권했다. 비싼 것이니 더 맛있겠다는 생각으로 그 와인을 구매했다. 집으로 돌아와 맛있는 안주와 함께 와인을 개봉해 마셨다. 남편과 나는 서로 마주 보며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와인의 맛인가? 우리가 와인의 맛을 모르는 건가? 한참을 생각했다. 혹시 재고여서 맛이 변한 건 아닌지. 인터넷은 한참을 살펴보았다. 그곳에서는 이 와인을 찬양하는 글들이 쏟아졌다.


텍스트북 창시자 조나단 페이는 말했다. 가장 맛있는 와인은 여러 와인을 구매해서 가격 상관하지 않고 라벨을 다 벗겨 그중 맛있는 와인이 제일 맛있는 와인이라고. 와인 전문가가 나와서 이 와인이 제일 맛있다. 이게 진짜 와인이라 한들 내 입에 맞지 않으면 그 와인은 나에게 쓴 포도주밖에 되지 않는다. 이왕이면 맛있는 내 입맛에 맞는 음식을 먹는 게 좋지 않겠는가.


오늘은 우연히 편의점에서 달달한 맥주 한 캔을 샀다. 생각 없이 집은 맥주 한 캔이 내 입맛에 딱 맞았다. 드디어 발견했구나. 나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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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겹

드디어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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