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것들 - 하나시

할아버지의 추억

by 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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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는 첫 손주인 나를 제일 예뻐했다. 누구에게나 무서운 호랑이였지만 나에겐 한없이 다정하고 웃음 가득하셨다. 할아버지의 음식 창고는 나에게만 오픈되어 있었다. 가끔 경운기에 나만 태우고 아이스크림을 사주시곤 했다. “따미야 하드 맛있지?” 시골이라 한 시간 걸리는 거리를 나를 위해 경운기를 몰고 가셨다. 까끌까끌 수염을 내 볼에 비비며 할아버지는 내 괴로운 소리에 더 즐거워하셨다. 할아버지는 자신을 ‘하나시’라 부르며 어린 나에게 엄마 아빠 다음에 하나시라는 단어를 알려주셨다. 하나시는 다른 동생들이 감나무를 만지면 농사를 망친다고 화를 내셨지만 내가 덜 익은 감을 따달라 하면 따주시곤 했다. 내가 해달라는 건 뭐든 다 해주셨다. 그렇게 영원히 나의 곁에서 사랑을 줄 거 같았던 하나시는 내가 20살이 되던 해 떠나갔다. 내가 항상 느꼈던 온기가 사라졌다. 당연한 온기가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나의 첫 이별이었다. 사람이 떠나가 돌아오지 않는다. 사라진다. 라는 건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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