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이렇게 맑은데

나는 흐리다

by 채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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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난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졌다. 혹은 현실과 꿈을 구분 짓지 못하는 일이 종종 생겨났다. 몸이 견디지 못하는 신호를 보내는 거 같아 병원을 다녀왔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 거리를 가는 내내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이렇게 맑은데 빗방울은 떨어졌다. 바람도 많이 불었다. 나는 매일 10알 이상의 약을 먹는다. 추가로 불안할 때 1알씩 먹는 약이 있다. 최근 마음이 안정되지 않아 한 번에 3알을 먹었다. 교수님은 그것이 잘못되었다 지적해주셨다. 심장박동의 문제도 지적했다. 가만히 심장 소리를 듣던 교수님은 심장내과와 협진을 내주셨다. 병원 진료 시간이 끝나, 검사만 받아두고 집으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기분이 우울해 마음이 가라앉았다. 딱딱한 덩어리 하나가 마음을 짓누르는 듯했다. 핸드폰을 가득 채운 메시지들이 읽기 싫어졌다. 답장할 힘도, 대꾸할 힘도 없었다. 나의 마음이 우울로 점철되어 나를 무겁게 짓눌렀다. 하늘은 이렇게 맑은데 나는 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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