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맡에 낮은 창문이 있는 곳에 잠을 잤다. 아침에 이마를 톡톡 건드리는 느낌이 들어 깨어났다. 봄비가 내리고 있었다. 일어난 김에 창문을 더 열어 밖을 내다보았다. 봄비에는 싱그러운 풀내음이 따라온다. 그 내음이 좋아 손을 내밀어 빗물을 만져보았다. 손끝에 맴맴 돌던 봄내음이 마음 어귀에 젖어 들자 기분이 좋아졌다. 봄이 오긴 왔나 보다. 마음마저 봄이 오니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졌다. 이불을 정리하고 자리에서 일어나야 했지만, 이불의 바스락거림이 좋아서 계속 이불 속에 웅크리고 창가에 있었다. 딱 좋은 온도였다. 봄비의 시원함과 이불속의 따듯한 온도가 완벽하다. 유튜브를 켜서 아무 플레이리스트나 선택했는데 선곡마저 마음에 꼭 들어 맞았다. ‘날씨 같은 인생을 탓하고’라는 가사가 귀에 박힌다. 오늘의 날씨는 나의 어떤 인생과 닮았을까. 아마 바쁘게 달려온 내게 뛰다가 튀는 흙탕물에 눈살 찌푸리기보다는 코끝에 매달리는 풀내음에 돌아보라고, 그리고 그 속의 꽃을 발견하라는 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