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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그렇게 폭력적인 줄 몰랐어!(1)

난생 처음 본 아빠의 폭력성에 깜놀하다

by 문학중년 마크

얼마 전의 일이었어.

어느 휴일 오후, 간만에 아빠 엄마와 함께 차를 타고 시내에 나가던 길이었지.

사거리를 지나치는 데 갑자기 오른쪽 길에서 자동차 한 대가 불쑥 튀어나오는 거야!

놀란 아빠는 클락션을 누르며 급정거를 했고, 엄마와 나는 갑자기 앞으로 쏠리는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꺄악” 소리를 질렀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우리 앞을 가로막은 그 차는 미안하다는 깜박이도 켜지 않은 채 앞에서 유유히 가고 있었어.

그런데 갑자기 다시한번 내 몸이 급하게 움직였어. 이번엔 온몸이 뒤로 쏠렸지.

우리가 탄 차가 '부우우웅~!!' 소리와 함께 쏜살같이 앞으로 달려나간거야. 순간 함께 들리는 "빠아아앙~!!" 클락션 소리. 아빠는 클락션을 계속 누르며 앞차를 쫓아가고 있었어.

엄마가 옆에서 “여보, 왜그래, 그냥 가게 둬” 하고 부르짖었지만 얼굴이 벌개진 아빠는 잔뜩 인상을 쓰고 악셀을 밟았어.

앞차를 따라 잡은 아빠는 그 차 옆으로 나란히 가면서 창문을 내렸고 저쪽 차도 창문이 내려왔어. 뒷자리에 앉은 나는 안에 있는 운전자의 얼굴은 볼 수가 없었어.

그때였어. 아빠의 입에서 난데 없이 욕이 쏟아져 나온 건.

“야, 이 XXX야, 운전 똑바로 안해? 갑자기 튀어나오고 지랄이야. 눈깔은 폼으로 달고 다니냐?”

그 차 안에서 아빠의 소리보다는 작게 비슷한 욕설이 마중나왔어.

“아니 XX 왜 욕을 하고 지랄이야. 천천히 와야지!! 내가 먼저 진입했는데 ”

누가 옳고 그른지는 나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야. 다만 아빠가 저렇게 화를 내는 것을 보니 상대방이 잘못했나보다 하고 생각할 수 밖에 없었지.

“이 새끼가 뭘 잘했다고, 야 이 새끼야. 너 차세워! 옆으로 차세워!!!”

아빠의 얼굴은 이제 벌겋다기보다는 새빨개져서 당장이라도 창문밖으로 빨려나갈 듯이 몸을 내밀고 소리를 지르고 있었어.


나와 엄마가 동시에 아빠를 붙들고 말리기 시작했어.

“아빠, 제발 그러지마. 저런 사람이랑 싸우면 뭐해? 그냥 가자, 응?”

결국 그 차는 운전자의 욕설 섞인 고함과 함께 다른 방향으로 차를 돌려 급하게 달려갔고, 아빠는 더 이상 따라가지 않았어.

길가에서 차를 나란히 몰면서 창문을 열고 서로 욕을 주고 받은 시간은 길어야 삼십초 정도였을까. 하지만 난 그 짧은 시간동안에 많이 놀라고 충격을 받았어.

아빠가 저렇게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고 욕을 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기 때문이야.

스스로를 비폭력 무저항 평화주의자라고 농담삼아 얘기하는 우리 아빠는 외모는 그리 유순하게 보이진 않아도 어디 가서 싸움을 하거나 남과 다투거나 하는 성격이 아니야. 집안에서 아주 가끔 엄마와 말다툼을 할 때에도 자리를 박차고 도망(?)을 가면 갔지 언성을 높이거나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본 적도 없거든.

그런 아빠가 저리도 쉽게 이성을 잃고 엄마와 내가 있는 앞에서 입에 담기 힘든 심한 욕을 하며 싸우다니.. 무척 당황스럽고 충격적이었어.

상대방이 얼마나 잘못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 분명히 불쑥 튀어나와서 우리가 급정거를 하고 놀라긴 했지만 운전을 하다보면 저런 상황들이 자주 나올 수 있을텐데 그럼 그런 때마다 아빠는 저렇게 흥분해서 싸움을 하고 다니는 걸까?

운 나쁘게도 돌아오는 길이 아닌 나가는 길에 벌어진 그날의 소동 덕분에 모처럼의 시내 나들이는 애초 의도만큼 즐겁지 못했고, 엄마, 아빠, 나 모두 의기소침해져서 겨우겨우 밥을 먹고 묵묵히 돌아오고 말았지 뭐야.


우리 아빠가 이렇게 흥분을 잘 하고 폭력적인 사람이었나? 벌개진 아빠의 옆얼굴과 그 절절한 욕설들이 내 머릿속에 오래 남아서 맴돌고 있어. 난 폭력적인 사람은 싫은데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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